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32)
도박중독자, 한정후견으로 재산처분 제약 가능
A와 B는 맞벌이 부부로 어린 자녀C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최근 남편 B가 모임을 핑계로 집에 잘 들어오지 않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아졌다. 이상함을 느낀 A가 B를 추궁하자 B는 결국 그동안 자신이 A 몰래 도박을 해 왔고, 도박자금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충격을 받은 A는 B가 도박중독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이혼을 고려했지만, 어린 C를 생각해 이혼 대신 우선 B의 도박중독을 치료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A는 B가 완전히 도박중독을 치료하기 전까지 B의 재산처분 등을 막고 싶다. 19세 이상의 성인은 누구나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각종 법률행위를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라 하더라도 장애나 질병 등을 원인으로 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대비해 민법에는 성년후견제도를 두고 있다.
성년후견제도 중에서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일부 부족해 특정 업무를 처리함에 어려움이 있을 때 필요한 제도다.
한정후견은 피후견인이 될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4촌 이내의 친족 등 이해관계인이 피후견인의 주소지 가정법원에 필요한 서류를 갖춰 신청하면 된다.
한정후견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한 자료와 함께 피후견인이 될 본인에게 직접 진술을 듣고 이를 종합하여 한정후견의 범위와 개시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정후견인은 1인 혹은 복수로 선임될 수 있으며 정해진 사무의 범위 안에서 피한정후견인을 대신한다. 단 한정후견의 경우 피한정후견인의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도움이라는 점에서 한정후견인은 피한정후견인이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무에 대해 보충적으로만 관여해야 하고, 재산에 관한 일이라면 법원이 범위를 정해 수여한 대리권에 한정된 사무여야 한다.
만약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사무를 피한정후견인이 임의로 처리하였다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범위 밖의 사무라면 한정후견인의 동의 없이도 피한정후견인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한정후견의 범위는 한정후견이 개시된 이후라도 범위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 일정범위의 친족 등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피한정후견인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는 등 한정후견의 종료원인이 발생하면 법원에 한정후견 종료 심판을 신청해 종료시킬 수 있다. A는 법원에 B에 대한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해 B의 재산처분행위에 대한 제한을 둘 수 있다. 다만 한정후견의 경우 '정신적 제약'이 존재해야 하므로 B의 충동조절장애, 즉 도박중독을 입증할 만한 진단서 등을 준비해 함께 신청해야 한다.
한정후견이 개시되는 경우 B는 다른 법률행위는 스스로 처리할 수 있지만 재산처분을 위해서는 한정후견인의 동의나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B가 단독으로 재산을 처분하면 한정후견인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이후 B의 도박중독이 완전히 치료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에 한정후견종료심판을 신청해 종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