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생활법률 (4)
상가를 비워줘야 할까
A는 2018년 3월, 보증금 1억에 월150만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하고 상가를 임차해 커피전문점을 시작했다. 개업 준비 과정에서 예상보다 큰 비용이 들자 짧은 임대기간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건물주인 B와 합의해 계약기간을 5년으로 정했다.
A는 해당 상가에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큰 문제없이 가게를 운영해 왔는데, 최근 상가건물의 주인이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새 건물주인 C가 A의 상가가 포함된 층 전체를 한 대형 프렌차이즈업에 임대하기로 했다며 한 달 내로 상가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는 상가를 비워주어야 할까.
최근 국회의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영업비중은 25%에 달한다. 아시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이며, 2위인 일본에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상가'는 생업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경제적 약자인 상가임차인을 보호와 생활안정을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을 두고, 상가건물의 임대차와 관련된 사항을 일반임대차나 주택임대차와는 별도로 규정한다.
이 법에 따라 상가임차인은 상가를 인도받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날부터 제3자에 대한 대항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 두었다면 경매절차 등에 참여하여 일부 보증금을 다른 담보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도 있다.
상가임대차의 경우 최소 1년의 임차기간이 보장되고, 임차인은 계약기간이 만료하기 전 일정기간 내에 최초의 임대기간을 포함하여 10년 이내의 범위에서 임대인에게 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임대인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묵시에 의한 갱신도 인정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원칙적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기준으로 계산한 환산보증금이 계약당시 관련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금액기준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환산보증금이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임차인은 효력요건을 갖추어 제3자에 대해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고, 계약의 갱신요구, 권리금의 회수와 관련된 일부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환산보증금이 적용기준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이 2015년 5월 13일 이전에 체결된 경우라면 본법의 적용이 모두 배제된다. 2018년 10월 16일 이전에 체결돼 유지되고 있는 계약이라면 역시 구법의 적용을 받게 돼 계약의 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A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A의 '환산보증금'이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월세에 100을 곱해 보증금을 더하여 구하는 환산보증금 계산방식에 따르면 A의 환산보증금은 2억 5000만원으로 계약당시를 기준으로 지역과 관계없이 동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임대차계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가를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하는 등 상가입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A는 해당 상가 소유권자가 변경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새로운 소유주 C에 대해 임차인으로서 남은 계약기간의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즉 A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가를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