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위원들 '감금생활'서 해방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출제위원들도 '감금생활'에서 해방된다. 1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준비에는 출제진, 인쇄팀, 관리팀 등 총 700여명이 투입됐다. 출제위원은 물론 보안요원과 음식·세탁 등을 담당하는 지원인력, 의료진과 문답지 인쇄 담당자들까지 그동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했다.
올해 합숙 기간은 41일로 역대 가장 길었던 작년 46일보다 닷새 줄었다. 출제과정을 효율화한 덕에 합숙이 짧아졌다는 것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30일가량만 합숙했으나 재작년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영향으로 '예비문항'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합숙이 길어졌다.
합숙 기간에는 외출이 금지된다. 직계가족이 사망한 경우에만 보안요원이나 경찰관과 동행해 장례식장에 몇 시간 정도 다녀올 수 있다.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 통신수단도 사용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도 보안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제와 관련된 내용만 찾아볼 수 있다.
수능 출제위원이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숙소에는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을 붙인다. 숙소 주변은 펜스를 두르고, 방 창문도 방충망으로 고정해 외부로 종이쪽지를 던지는 등의 일을 방지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보안요원의 '점검'을 거친 뒤 반출한다. 문제를 유출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처럼 삼엄한 분위기의 합숙에서 출제위원들은 문제를 만들고, 반복되는 토론을 거쳐 수능 시험지에 들어갈 문제를 뽑는다. 입시 서적·기출문제지·교과서·참고서 등 수천권의 책을 뒤지면서 기존에 너무 흡사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창의적이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가 채택되지 않아 받는 자괴감, 자신이 낸 문제에 오류가 있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 등으로 굉장한 스트레스을 겪는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출제위원들이 받는 수당은 한 달 남짓한 합숙에 1200만원 가량이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고사하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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