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평생학습강좌 주민이 기획

2019-11-26 11:22:32 게재

동작구 '학습살롱' 주제설정부터 협치

동아리·지역사회 활동으로 확산 전망

"지난 여름 평생학습관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공간도 강좌도 훌륭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소영(43·상도2동)씨.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1년 휴직을 했는데 '1학년 학부모'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뒤 자신을 위한 시간·활동에 눈을 돌렸다. 아이와 함께 했던 전래놀이가 눈에 띄어 노량진동 평생학습관을 찾았다가 인문학으로 시야를 넓혔고 어느 순간엔가 주민들이 원하는 강좌 기획에 동참하게 됐다. 그는 "엉겁결에 제안을 받고 참여했다"면서도 "현재 삶부터 아이들 이야기까지 강좌로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주민들이 평생학습 강좌 기획단계부터 참여, 주민들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상해냈다. '우리동네 드로잉'은 현재의 행복을 위한 시간이다. 사진 동작구 제공


동작구가 '일상 속 배움'이라는 평생학습을 주민 손으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평생학습이라는 용어도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학습 목표 설정부터 기획, 이후 방향까지 틀을 만들어가는 '동작 학습살롱'이다. 학습동아리는 물론 지역사회 활동으로 이어갈 계획도 있다.

통상 평생학습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모여 실무협의회를 꾸려 각 강좌 방향을 정하고 강사를 섭외한다. 평생학습을 협치사업에 포함시킨 동작구는 주민들에 손을 내밀었다. 정수연 교육정책과 평생교육사는 "재능기부 강사에 그치지 않고 평생교육에 관심이 많고 기존 강좌에 자주 참여했던 주민들에 도움을 청했다"며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학습이 문화가 되는 일상'을 구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소영씨를 비롯한 5~6명이 머리를 맞댔다. 자신의 이야기부터 자유롭게 풀어내면서 아이디어를 찾는 형태였다.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법부터 각자의 행복, 아이들의 역사인식 등 다양한 화두가 제시됐다. 자연스럽게 '과거 현재 미래'로 강좌 방향이 모아졌다.

주민들 마음이 닿은 주제는 '과거,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다' '현재,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학습' 세가지. '세종에게 오늘을 묻다' '토닥토닥 마음챙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와 친환경 생활도예' '너 나 우리를 위한 글쓰기' 등 7개 강좌가 그렇게 태어났다.

'일상 속 배움'에 걸맞게 강의실에도 변화를 주었다. 신대방2동 갤러리카페와 노량진동 작업실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재능기부 강사로 동참, 공간을 내주었다. 주민들은 여기에 더해 각종 강좌 '수강 이후'를 고민했다. 마지막 강의와 함께 배움이 끝나지 않도록 온라인 학습동아리를 구성했다. 주민 한명이 관리를 맡고 강사는 수강생들이 배움을 이어가도록 호기심을 유발하고 궁금증에 답한다. 평생학습 교실에 '학습살롱'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습자와 강사가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상하관계가 아니에요. 구에서도 주민들이 강좌를 한번 수강하는데 그치지 않도록 다음 단계로 다시 연결해주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요."

평생학습관 인문학 강좌 단골 고객인 윤난희(57·노량진동)씨가 이번 학습살롱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남겨보자' '혜택을 받은 만큼 동네에 돌려주자'는 의견을 내비친 동기들과 함께 동네활동을 준비 중이다. 윤씨는 "배우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쯤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는 연령대나 분야별 관심사, 직종 등 주민 대표성을 감안해 학습살롱 기획단을 꾸리는 동시에 주민들 수요를 반영한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네배움터, 주제별 인문학 심화강좌를 제공하는 '테마인문학'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각종 기관을 찾아가는 평생학습, 생활권에 기반한 특화과정 '오색오길', 5개 대학과 연계한 강좌도 확대 추세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주민 주도형 평생학습체계를 구현하고 자발적인 학습모임을 지원, 학습이 일상 속에서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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