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생활법률 (15)

애인 사진도 몰래 찍으면 처벌받아

2020-01-07 12:02:45 게재
임경숙 민법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최근 연인 B와 크게 싸웠다. B가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든 모습이나 맨다리 등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해왔던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B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문제의 사진들을 확인한 A는 B에게 자신이 보는 앞에서 해당 사진들을 삭제하도록 했고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뒤 A는 우연히 B의 핸드폰에서 분명히 삭제했었던 자신의 '사진'들을 다시 발견했다. B가 촬영 사실을 들켜 삭제한 후 이를 다시 복구한 것이었다. 심지어 A는 B가 해당 사진들을 자신의 동성친구들이 모여 있는 단체채팅방에 공유하였던 사실도 알게 됐다.

흔히 우리가 '몰카 범죄'라고 부르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최근 뉴스를 통해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범죄들 중 하나다. 몰카 범죄는 엄연히 성범죄 중 하나지만 강간이나 성폭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지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카메라 등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욕망이나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 신체를 촬영대상자 동의 없이 촬영한 경우 성립한다. 몰카 범죄의 성립 여부는 해당 사진 등 촬영물 내용이 성적욕망이나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성적욕망이나 성적수치심을 판단하는데 있어 법원은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촬영장소, 촬영방식, 촬영물에 담긴 내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몰카 범죄는 반드시 피해자의 얼굴이나 전신, 맨 살, 주요부위가 찍힌 경우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뒷모습, 손이나 발 등을 찍은 사진만으로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또 합의 하에 촬영한 경우라 하더라도, 이후 해당 촬영물을 촬영대상자의 동의 없이 판매하거나 유포 등을 하는 경우 역시 처벌받는다. 영리를 목적으로 인터넷이나 SNS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라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몰카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아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신고하는 것이 가능하고, 피해자와 합의를 한 경우에도 재판상 양형과정에서 참작사유가 될 뿐 범죄행위로 인한 책임 자체를 면제받을 수는 없다.

최근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초범인 경우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 엄연히 성범죄라는 점에서 직군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거나 인터넷에 성범죄자로 신상이 등록되는 등 추가적인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

A는 동의나 합의 없이 자신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여 유포까지 한 B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혐의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사진 등 촬영물이 성적욕망이나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사진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재판에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B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A와 B 사이에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재판과정상 양형을 판단함에 있어 참작사유가 될 뿐이며 B는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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