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생활법률 (20)

악질 임금체불에는 소송이 유리

2020-02-18 11:43:11 게재
임경숙 민법박사 법무법인 산우

갑 회사에 다니고 있던 평범한 직장인 A는 수개월간 제대로 된 월급을 받지 못했다. 원래 받았던 수준의 절반 정도만 지급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그 마저도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시작은 회사의 경영난 때문이었지만, 회사 사정이 나아진 후에도 월급은 그대로였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생활을 유지하는 일조차 힘들어진 A는 갑회사를 그만 두기로 마음먹었다. A는 퇴직금으로 새 직장을 구하는 동안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의 기대와 달리 퇴사한지 한참이 지나도 밀린 임금은 물론 퇴직금 역시 지급되지 않았다. 회사에 연락을 취해 봤지만 여전히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앞서 퇴사한 다른 동료 직원들 역시 노동부에 신고했지만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최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임금체불을 당한 근로자는 약 32만명에 육박했고 그들이 받지 못한 체불임금액은 약 1조 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체불임금액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던 2018년보다도 큰 규모다.

체불임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노동부에 임금체불 사실을 신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 조사 후 밀린 임금에 대한 지급지시가 내려지는 경우도 강제력이 없다. 만약 끝까지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틴다면, 근로자는 다시 한번 민사소송을 통해 강제지급을 청구하지 않는 이상 체납된 임금을 지급받을 길이 없다.

따라서 근로자는 처음부터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아 바로 사업주의 재산에 강제력을 행사해 체불된 임금의 지급을 받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민사소송을 통한 체불임금의 해결은 특히 체불된 임금이 다액이고 사업주가 악질 또는 상습적인 경우 더 유리할 수 있다. 밀린 임금이 소액인 경우에도 소액사건으로 분류되어 보다 신속하고 간편한 처리가 가능하므로 초기 적절한 도움만 받는다면 더 확실하고 빠르게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소제기 전이나 소제기와 동시에 사업주 등의 재산에 가압류를 해 둔다면 보다 확실하게 지급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

A는 노동부에 체불임금신고를 해 밀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법원에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체불임금지급을 요구할 수도 있다. 보통 소송을 통한 문제해결의 경우 비용이나 시간 등을 이유로 꺼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업자가 악의적인 경우는 처음부터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체불임금을 확실히 지급받기 위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임경숙 변호사의 생활법률 연재기사]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