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생활법률 (27)

폭언으로 인한 정신장애 상해죄 될 수 있다

2020-04-13 10:43:36 게재
임경숙 민법박사 법무법인 산우

입사 때부터 A의 직속 상사였던 B는 일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업무를 맡기는가 하면, 외모비하와 도가 지나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A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이러한 B의 만행에 대해 회사에 신고했지만, B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채 업무로 복귀했다.

B의 복귀 후 A는 한층 더 심해진 폭언과 괴롭힘을 견뎌야 했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중이다. A는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B의 만행을 더는 참을 수가 없다.

상사의 괴롭힘으로 피해근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이후 연이어 유사한 문제가 지속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법의 개정까지 이뤄졌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익숙하게 존재하고 있다. 특히 법 규정이 가해 근로자에 대한 법적인 제재보다는 사업장 내 자체적인 해결을 우선시하고 있어 개정 시행 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처벌사례가 없는 상황이다. 신고를 받은 회사의 형식적인 조사와 가벼운 경고 수준에 그치는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징계만으로는 피해근로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힘들다.

결국 사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근로자가 가해근로자에 대해 제대로 된 '응징'을 위해서는 다른 구제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 법원은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에 대해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폭언이나 업무상 괴롭힘만으로는 가해근로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해근로자의 민·형사상 책임을 넓게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법원은 상사의 괴롭힘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피해근로자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상사의 폭언행위에 '상해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과거 성범죄 등에 한해 소극적으로 인정했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기능의 훼손을 근로관계상 발생하는 언어적 폭력에도 확대해 적용한 것이다.

법원 역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법원을 통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있어 피해근로자가 더 강하게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는 법원에 모욕죄나 상해죄 등으로 B를 고소할 수 있다. 다만 B의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므로 B의 폭언을 녹음하거나 괴롭힘에 대한 주변인들로부터 증언을 받는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B의 책임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모아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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