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점 맞는 회계개혁 | ③ 감사공영제 전면 확대

아파트·사립학교·병원 '회계감사 독립성'은 걸음마 단계

2020-07-02 11:35:08 게재

'감사인 지정제' 적용 입법화 과정에서 고배 … "자율규제로는 실효성 떨어져"

상장회사의 회계감사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감사인 지정제'가 올해 시행됐지만 공익법인을 비롯해 다른 분야로 회계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과정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말 국회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공익법인에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의료법에 따른 의료법인 또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공익법인' 등은 제외됐다.

2017년 기준 공익법인은 3만4426개에 달하지만 50% 이상을 차지하는 종교법인을 제외하고, 외부회계감사 대상 기준인 총자산 10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공익법인은 1501곳 정도다. 영리법인(주식회사와 유한회사)과 같은 기준으로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공익법인에 대해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할 경우 대상은 133개이다. 이 중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한 공익법인 55곳을 제외하고 나면 78개 정도만 대상이 된다.


감사인 지정제 대상이 될 공익법인은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공익법인들은 그동안 자율적으로 회계법인을 선임해 외부감사를 받았다면 2022년부터는 기획재정부장관의 위탁을 받은 국세청장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하게 된다.

◆지방공기업·대규모점포·사립학교 등 입법화 필요 = 감사공영제는 감사대상이 스스로 감사인을 선정하는 '셀프 감사'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이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감사인 지정제'다. 다만 대상 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측면에서 일정 기간만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방식이 대체적인 흐름이다. 감사공영제는 회계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준다는 점에서 회계투명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제도다.

20대 국회에서 추진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입법안은 △지방공기업법 일부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이다.

정부는 2018년 12월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했다. 지방공기업 회계감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회계감사인선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공기업이 추천한 회계감사인을 지자체장이 선임하는 구조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회계감사인 선임 권한이 회계감사인선임위원회로 넘어가서 회계감사의 독립성이 높아질 수 있었다.

20대 국회에서는 대규모 점포에 대해서도 감사인 지정제를 적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김관영 전 의원은 '대규모 점포 등이 연속하는 3개 사업연도에 대해 회계감사를 받은 경우에는 그 다음 사업연도부터 연속하는 2개 사업연도에 대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추천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전 의원은 "자유선임 방식은 감사대상 기관이 자신을 감사할 감사인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가 내포돼 있어 감사인의 독립서잉 제대로 확보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생활경제에 밀접한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해서도 감사인의 독립성을 보다 철저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시급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점포 등의 감사인 지정은 표준관리규약으로 자율규제를 하고 있지만 감사공영제의 경우 입법화를 통해 의무도입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들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자 추천제' 도입, 실효성 의문 = 300세대 아파트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정부는 이를 보완한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안을 발의, 지난해 4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입주자 등의 10분의 1이상이 연서해 감사인의 추천을 요구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추천을 의뢰해 감사인을 선정하도록 하는 '입주자 추천제'를 도입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입주자 1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감사인의 추천을 의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대규모 비리 사건이 터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얼마나 추천이 이뤄질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등에 대해서도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올해 초 국회를 통과했다. 관리비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오피스텔·상가·주상복합 건물 등의 회계감사 의무 대상이 된 것이다. 150세대 이상인 집합건물은 의무적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고 50세대 이상 150세대 미만인 집합건물은 구분소유자의 1/5 이상이 요구하는 경우 대상이 된다.

감사인 선정 방식 등은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아파트와 같은 감사실패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도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공익법인을 비롯해 비영리법인들이 본래의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회계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학교법인과 병원, 특히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마치 성역처럼 돼 있어서 건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추진할 회계개혁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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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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