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마스크로 중증장애인 일자리창출

2020-12-02 11:24:34 게재

동작구 보호작업장에 전용공장 마련 … '시중가 1/3' 식약처 인증제품 생산

"소위 '마스크대란'이 일었을 때 서울 다른 자치구가 5000장 정도 확보하면 우리는 공무원들이 발에 땀나게 뛰어서 20만장까지 확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부족했죠."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올해 초 이창우 동작구청장과 공무원들 고민은 마스크 확보였다, 무엇보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 공적마스크를 확보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고민이었다.

동작구가 공공 마스크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이창우(왼쪽에서 두번째) 구청장 등이 생산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그때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제안을 해왔다. 공적 지원이 일부 있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마스크 생산체계를 갖추고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얘기였다. 이 구청장은 "당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전국 공장을 방문, 읍소하던 상황이었다"며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 바로 추경 예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동작구가 KF마스크를 생산하는 공공 공장을 마련, 지난달 26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마스크공장이 들어선 곳은 대방동 구립 장애인보호작업장. 구의회에서 2억5000만원 예산을 승인한 직후 3D 생산기계와 반자동 포장기계 3대를 설치하고 준비 작업을 해왔다.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해 9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외품 제조업·품목허가' 신청을 했고 지난달 최종 허가를 받았다.

마스크공장에는 장애인 10명이 근무한다. 자동·반자동이라고는 하지만 기계 틈새를 메우는 건 중증장애인 주민들이다. 기계가 마스크를 찍어낸 뒤 정리하는 일부터 종이봉투에 한장씩 포장하는 작업까지다. 이민규 보호작업장 원장은 "생산품 정리나 포장 등은 작업이 복잡하지 않아 중증장애인들에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반자동 설비도 장애인들 손놀림에 속도를 맞췄다.

특히 부직포부터 필터까지 재료 전체를 국내산으로 조달하는 '순 국산'이다. 중국산 재료로 생산하는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과는 다르다. 게다가 '우리동네' 상표를 붙인 KF94 미세먼지 방역마스크는 시중가보다 최대 1/3 수준으로 저렴하다. 약국에서 구입하면 1000~1500원인데 우리동네 마스크는 500원이다.

공장에서는 성인용을 하루 2만~3만장, 월 최대 60만장까지 생산한다. 정식 가동을 시작한 지난 23일 첫 매출을 올렸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가족을 위해 마스크를 선물하겠다며 1000장을 구입한 주민이었다.

동작구는 중증장애인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구에서 필요한 양만큼 우선 구입하고 전국 1000여개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공문을 발송해 판로 개척을 도울 계획이다. 당장 서울 구청장들에 50개들이 한상자씩을 선물, 품질을 확인하도록 할 예정이다.

구에서만 지난 한해 63만장, 올해 100만장 이상을 구입한 만큼 마스크공장 자립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창우 구청장은 "코로나19가 아니라도 매년 황사나 미세먼지로 구입, 비축하는 물량이 만만치 않다"며 "동작구는 대주주인 만큼 조금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내년에는 아동용과 비말차단(KF-AD)마스크 생산라인을 갖추고 하반기부터 생산한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기능보강사업' 공모에서 중앙정부와 서울시 예산 1억9000여만원을 벌써 확보했다.

동작구는 마스크공장을 통해 매년 2명 이상 장애인 채용을 늘리는 동시에 임금인상 등 복리증진까지 꾀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보육도우미, 사회 첫걸음 장애인 일자리, 발달장애인 직장적응체험훈련 등 지역문제 해결과 연계한 특화사업도 확대한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장애인과 가족들이 가장 희망하는 건 직업교육·일자리와 주거"라며 "주거와 직업교육·부모공동체 공간을 갖춘 광역종합복지타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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