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된 하수관 문화공간으로

2021-03-26 12:32:20 게재

동작구 '노량진 근대하수박스' 활용

130년이 넘은 역사를 간직한 하수관로가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동작구는 경인선 개통 이전에 건설돼 땅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노량진 근대하수박스를 발굴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이달부터 본격 착공한다고 26일 밝혔다.

노량진 근대하수박스는 노량진로와 국철 1호선 하부에 자리잡고 있는 폭 2.5m, 높이 3.3m 구조물이다. 10여년 전까지만 도심 빗물과 오수를 배출했는데 근대 하수관로 체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1910년쯤 설치돼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서울광장 지하하수관로보다 앞선 1890년대에 설치된 구간이 아직 남아있다. 1960년대 경부선 복선화 당시 설치된 구간은 물론 1970년 수도권 전철화와 함께 추가된 부분까지 공존한다.

2011년 하수관로 정비공사를 하던 중 발견, 문화재청 서울시 등과 함께 현장조사·점검을 실시,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서울시에서 예산 35억원을 투입해 문화공간으로 조성, 지역상권 활성화와 연계하기로 했다.

동작구는 지난해까지 정밀 안전진단과 실시설계용역 등을 거쳐 지난 1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사업협의를 마무리했다. 이달 나무를 옮겨심는 작업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문화공간 조성공사를 마무리해 주민들에 개방할 예정이다.

지하시설물인 만큼 안전과 환경을 개선하고 문화재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구조물 보존사업이 우선. 주민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통행로와 출입구를 조성하고 동작구와 노량진 역사를 담은 사진 그림 등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공간 등을 설치한다. 관광과 역사교육을 겸한 체험공간도 마련한다.

동작구 관계자는 "근대 하수체계 형성기에 건설된 하수박스는 도시발달과 하수로 발전사를 볼 수 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가치가 높다"며 "주민들이 찾고 싶은 지역 대표 시설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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