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때문에 모든 것 잃어"
10년간 마약중독
50대 최진욱(가명)씨
"돌아갈 수 있다면 마약 하기 전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다."
10년 중독자였던 50대 최진욱씨(가명)의 말이다. 최씨는 "일단 마약을 시작하면 헤어나기 힘들어 모든 걸 다 잃게 된다"고 말했다.
최씨가 마약을 처음 접한 건 2007년. 서울에서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마약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손님을 알게 되면서다. 호기심에 필로폰 있느냐고 물었다. 처음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며 불같이 화를 내던 그가 그날 밤 전화를 걸어왔다. 시내 한 모텔에서 그렇게 악연이 시작됐다.
"있던 돈을 날리는데 3~4년이면 족했다. 생활이 망가지고 이런저런 핑계로 친구와 가족의 돈을 뜯어내 마약하는 생활을 이어갔다"고 최씨는 말했다. "약할 돈은 있어도 밥 먹을 돈이 없어 54kg까지 몸무게가 빠졌다"며 "다른 건 생각나지 않고 오로지 약만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한번은 지하철역에서 약을 받고 그냥 바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수돗물 틀어서 약 섞고 거기서 주사기 당겨서 맞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약을 해야 살 수 있는 일명 '생활뽕'에 빠졌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끊어야지 하면서도 손에 주사기를 들고 있는 자신을 볼 때, 약 기운이 빠질 때 밀려오는 자괴감은 감당이 안 됐다.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다 2017년 교도소에 가게 됐다. 거기서 받은 교육이 단약하는 계기가 됐다. 25년간 마약을 하다 끊었다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재활센터) 박영덕 실장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다. 박 실장은 "마약을 정말 끊고 싶다면 출소 후에 찾아오라"고 했다.
1년 10개월 형기를 마치고 바로 재활센터를 찾았다. 박 실장의 권유로 검사도 받고 재활센터 프로그램도 들었다. 소개받은 전문의를 찾아가 매주 소변 검사를 받고 정기적인 상담을 했다.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단약 후 3개월을 재활센터의 도움으로 이겨냈다. 마약 경험자들과 함께 하는 자조 모임은 특별한 힘이 됐다. 누구에게도 못하는 이야기를 경험자들끼리 나누며 나도 이길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힘들 때마다 전화로 재활센터에 조언도 구했다.
단약자들에겐 갑자기 욕망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속칭 '갈망'이라고 한다. 특히 약을 했던 기억의 장소를 지날 때면 갑자기 유혹이 밀려온다. 그럴 때면 그 장소를 재빨리 벗어나거나 다른 길로 돌아갔다. 최씨에게 가장 컸던 유혹은 자신에 처음 약을 권했던 이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다. 모든 사람의 연락처를 지웠는데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당황했다. 최씨는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단약의 시작은 자신이 중독됐다는 걸 시인하는 것부터라고 최씨는 말한다. "옛날에 마약 할 때는 숨어다녔지만 지금은 친구들에게도 나는 중독자라고 이야기한다"고 최씨는 말한다.
최씨는 지난해 재활센터에서 마약 회복 강사·상담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상담도 하고 있다. 한편으로 사회복지학과 중독 관련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중독자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독 경험을 살려 강의도 나가고 싶다"고 최씨는 밝혔다.
최씨는 "마약은 한번은 쉬워도 끝은 정말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아니니 생각도 하지 말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