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퍼진 마약, 수사기법은 제자리
안 드러난 범죄 고려하면 연간 30만~50만명 투약
“잠입수사 기준 엄격히 규정하고 폭넓게 허용해야”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20~ 30대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추적이 어려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가 늘어나자 이를 막기 위한 새로운 수사기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은 1만2209명으로 전년(1만441명) 대비 16.9% 증가했다. 검거된 피의자 중 20~30대 가 59.2%(6014명)에 달해 이들이 시장 확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터넷과 가상화폐를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한 것. 인터넷 마약사범은 지난해 2608명(21.4%) 으로 2016년(1120명·12.7%)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다크웹을 이용한 마약사범도 지난해 748명으 로 전년(82명)에 비해 급증했다.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수사 전문가들은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을 고려하면 상습 투여자가 20~30배 정도 더 있을 것으로 본다. 경찰이 검거한 인원만 단순 대입해도 최대 36만여 명에 달한다. 검찰 관세청 식약청 등이 검거한 인원까지 합하면 50만 명을 훌쩍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20~30대가 마역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돼 구입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기존 마약거래가 유흥가를 중심으로 마약상에게서 직접 구입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온라인 비대면 유통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어 추적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구속된 A씨는 다른 업자에게 마약을 사들여 일반인이나 또 다른 마약 업자에게 재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SNS와 가상화폐로만 마약을 거래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또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B씨는 국제우편을 이용해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대마 등을 국내로 밀반입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알게 된 중국인 공범과 중국 메신저 ‘위챗’으로 연락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국내 마약상들의 해외 공급책 역할을 하며 ‘마약여왕’으로 불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수사기법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목받는 것이 잠입(함정)수사다. SNS에서 채팅방 개설과 폭파를 반복하며 은밀하게 이뤄지는 마약거래의 특성에 맞춰 잠입수사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제한적 잠입수사는 이뤄졌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마약상에게 접근하려면 신분을 위장,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마약수사의 경우 엄격한 기준을 정해 잠입수사를 법제화해야 한다.
재경지역 한 판사는 “잠입수사 기준을 법률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수사를 용이하게 하고 재판과정에서 분쟁의 소지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