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 주민 힐링공간이 되다

2021-12-29 11:12:51 게재

동작구 '마을형 공유 오피스'

주민역량↑ 서점활성화 효과

"기술을 배워서 전등을 LED로 교체하는 작업도 직접 해봤고…. 이번에는 청소년과 건강한 먹거리를 다룬다고 하니 기대가 커요. 식단에서 탄소배출이 많은데 생활에서부터 실천해야죠."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민 이병남(48)씨에게 집 가까이 있는 작은 서점은 이웃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간을 보내는 공부방이자 사랑방이다. 시간이 날 때면 들러 기후위기시대와 탄소중립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그는 "입소문을 내고 있는데 코로나로 더 마음이 닫혀있어 아는 사람들만 이용하고 있다"며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동작구가 동네 서점 활성화와 주민 역량 강화를 연계해 마을마다 공유공간을 마련했다. 상도동 주민들이 먹거리 강좌를 듣고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상도동뿐 아니다. 흑석동과 사당동까지 동작구 세곳에 주민들이 문만 열고 들어가면 자신의 사무실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마을형 공유 오피스'다. 동네 서점 활성화와 주민·청년 역량강화를 엮어 출판·전시 관련 사업장 이른바 독립서점 3곳을 거점으로 정했다.

컴퓨터와 프린터 빔프로젝터 등 사무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품을 지원하고 각종 공구를 비치해 누구나 빌려갈 수 있도록 했다. 비접촉식 체온계 등 방역물품은 기본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코로나로 한층 경영이 어려워진 서점 지원방안을 고민하다가 학생과 주민들이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공유 오피스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공공에서 책을 구입, 직접 지원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동네 서점에서 공부하기' 과정을 마련했다. 코로나가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동네 서점을 통해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강좌를 기획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필요한 물품이나 강사비 등은 구에서 지원했다.

'위드 코로나와 기후위기 시대,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동네 서점의 역할을 찾아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몸을 바꾸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마을밥상' 등 주제가 비교적 묵직하다. '내 감정이 요즘 왜 이럴까' '2021년을 보내며, 2022년을 맞이하며'처럼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1년 계획을 함께 그리는 시간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은 흑석동 서점은 청년 창업공간 역할도 겸했다. 청년 창업팀 5팀을 선발해 창업자금 지원과 역량개발 교육을 진행했다. 조력자를 지원하고 주민들과 연계해 창업팀의 상품을 먼저 선보이도록 했다.

중앙대 창업동아리 '월간시장'은 흑석시장 성대시장 등과 손잡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부 시식단' 행사를 열기도 했다. 시식회에서 맛본 상품과 상점을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에 홍보하고 주민들이 공동구매를 하도록 연계했다.

채식주의자 공략을 준비하는 '스위트에그'는 주민 대상 시식회를 열어 실제 소비자들 입맛을 반영할 수 있었다. 문주인 대표는 "공유 오피스 대여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어떤 부분이 힘들고 걱정스러운지 파악하고 지원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주민들과 더욱 소통하고 함께 꿈을 이루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문화예술 분야 청년들은 주민들이 일상을 작품에 담도록 도왔다. 주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자나 블로그와 유튜브에 내걸 콘텐츠를 제작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작구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대방동과 신대방동까지 거점별로 공유 오피스를 확대, 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일시적인 동네 서점 이용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마을 네트워크 구축으로 연계할 것"이라며 "마을형 공유 오피스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이 이웃과 함께 문화를 공유하면서 힐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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