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기업 7.7조, 서민·중산층 2.2조 감세
윤 정부 첫 세제개편 … 재벌대기업 감세 4.1조
중산층 감세했지만 그래도 부자감세 비판 직면
윤석열정부가 첫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5년간 13조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대규모 감세안이다.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서민 부담을 덜어 민생을 안정시키고 기업 규제를 풀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청사진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향후 장기 경기침체가 예고돼 있고 재정의 역할이 커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엇박자 우려가 나온다.
부자감세라는 오명도 벗지 못했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 부동산 보유세 감세 방침을 확정하자 부자감세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이런 여론을 수용해 법인세 과세구간을 조정해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 일부를 감세하는 안을 내놨다. 서민과 중산층 감세를 위해 소득세 중하위 구간조정안도 담았다.
결론은 '그래봐야 부자감세'였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의 감세규모는 13조원이다. 감세내용을 살펴보면 법인이 6조5000억원이고 그중 대기업이 4조1000억원으로 중소·중견기업 2조4000억원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개인의 세수 감소 효과는 3조4000억원인데 서민·중산층이 2조2000억원, 고소득층이 1조2000억원이다. 기업과 고소득층의 세수 감소 효과를 합하면 총 7조7000억원이다. 서민·중산층 감세액 2조2000억원의 3배를 훨씬 넘는다. 서민들에겐 연간 소득세 수십만원 정도를 감세하면서, 재벌대기업엔 수백억~수조원까지 감세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지난해 법인세 13조4000억원을 낸 삼성전자는 낮아진 세율을 적용하게 되면 1조6000억원을 감세한다.
물가급등에 성장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기상황과 엇박자를 낼 것이란 지적도 많다. 향후 기업들의 투자확대는 불투명한 반면 세수 감소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정부 대응 여력만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충분한 세수 확충을 통해 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할 시기에 정부는 위기 와중에도 충분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과 고자산 계층에 이익을 안겨주는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은데 감세 개편을 하게 되면 건전 재정에도 역행하고, 정부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킨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경우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적절한 세제개편이며 이념적 감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정부안대로 관철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정부안 대부분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야당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169석의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