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경제 붕괴론의 실상
차기 공산당 지도부가 이념중심의 인물들로 확정되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강해졌다. '공유경제'를 주창할 뿐만 아니라 공산당혁명이념에 충실할 것을 주문한 이번 당 대회는 개혁개방 이래 나름대로 세력을 유지했던 실용주의 개혁파 노선(專)이 몰락하고 혁명이념에 충실한 공산당좌파(紅)가 전면에 나선 것으로 평가되면서 중국경제 붕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중국경제가 붕괴될 것이란 시나리오는 수십년간 언론의 단골 메뉴였다. 이들 의견대로라면 중국은 벌써 몇번 망했어야 했다. 중국경제 붕괴론의 근거는 다양하지만 주로 지방정부의 막대한 채무, 부동산시장 문제, 에너지와 광물자원 부족, 미중충돌, 심각한 환경오염, 노동력 부족, 반도체 등 핵심기술 부족, 급속한 고령화, 경직적 정치구조, 소수민족문제 등이 지적된다.
우선 지방정부 채무상황을 살펴보자. 중국의 지방정부 채무는 2021년 누적잔액 30조4700억위안으로 공공재정규모 20조~25조위안에 비하면 상당한 규모이지만, GDP대비 26.6% 수준이다. 서방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숨겨진 부채가 상당히 많다는 전문가 분석을 받아들여도 중국경제를 붕괴시키리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에너지 및 광물자원 부족도 중국경제의 약점으로 자주 거론된다. 자체적으로 완전해결이 불가능한 분야이긴 하지만 중국은 유리한 여건을 갖춘 풍력 태양광 수력 원자력 등 에너지원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속적인 유전개발, 러시아의 천연가스 확보,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광물자원 확보 등 그 어느 나라보다도 활발하게 에너지와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어 선진국들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다른 문제들도 비슷하다.
서구보다 성장 받쳐줄 수단 여전히 많아
그러면 중국경제를 어떻게 봐야할까? 우선 간단하면서 유력한 전망지표이자 외부의 중국시장에 대한 시각을 대표하는 지표인 외국인 직접투자를 살펴보자. 2021년 중국에 투자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사상 최고치인 1735억달러에 달했으며 기업수도 4만7000여개로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 홍콩을 통한 화교자본 투자가 많기는 하지만 일반적 예측과 달리 외국기업들은 중국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이번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자신만만함이 느껴진다. 2021년 GDP는 114조위안(약 17조7000억달러)으로 전세계 2위이며, 전세계 경제총량의 18.5%를 차지했다. 1인당GDP도 2년 연속 1만달러를 돌파했으며 곡물총생산량 제조업규모 외환보유고 등에서 전세계 1위였다.
또한 유인우주선 화성·달탐사 유인심해탐사 슈퍼컴퓨터 위성항법시스템 양자컴퓨팅 원전기술 대형여객기제조 생물의약 등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창조혁신형국가로 변화되었다고 자평했다.
중국은 더 나아가 2035년까지 선진권 경제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조강국 품질강국 우주항공강국 교통강국 인터넷강국 디지털중국 농업강국 교육강국 과학기술강국 인재강국 전략을 통해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로 촉발된 세계경제 침체, 공급사슬과 가치사슬 붕괴, 에너지 및 자원의 안정적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중국 역시 고전 중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재정·금융정책을 펴기 어려운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과 달리 중국은 성장을 받쳐 줄 수 있는 수단이 여전히 많다.
중국은 매년 한국 전체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발전설비 고속도로 고속철도 민용공항 내륙항구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주요 도시경제벨트 건설,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한 4차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소비시장 역시 매년 빠르게 확대돼 2021년에 6조8000억달러 규모가 되었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이념중심 지도부 구성은 부정적 영향 줄 것
경제발전과 관련된 몇몇 요소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중국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문제가 더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번에 새로 구성된 이념중심의 중국지도부가 미중 문제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측돼 중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상황이다.
중국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중국의 경제정책, 지역 및 산업발전 정책의 변화에 대응해 시장진출 확대에 힘을 쏟으면서도 동남아, 환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다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