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이 인천시와 사업시행자인 디씨알이(DCRE) 간 갈등으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소음대책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참다못한 입주예정자들은 시와 DCRE 양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2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용현·학익 1블록 3단지 입주예정자들은 소음대책을 두고 벌어진 인천시와 DCRE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되자 양쪽을 상대로 법정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박영선 3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장은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인천시와 DCRE 양측 모두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신도시 개발 중단사태를 불러온 양쪽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또 "사태가 길어질수록 이를 모르고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들이 광고내용과 다른 아파트 주변 인프라 때문에 고통받게 될 것"이라며 "입주 후 주변 공사로 인해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단지 주변으로 대형 공사차량들이 이동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통행이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의 발단은 용현·학익 1블록을 관통하는 제2경인고속도로 소음저감 방안이다. DCRE는 능해IC에서 학익2교까지 1.79㎞ 구간에 '전용 교량형 방음터널'을 설치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천시 주장은 이 구간을 '대심도 지하터널'로 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DCRE가 당초 허가 받은 계획과 다르게 일부 아파트의 층수와 소음대책을 변경했고, 그 상태로 분양을 진행해 도시개발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냈다. 결국 최근 제2경인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내용으로 개발계획 변경안을 수립해 이달 30일까지 제출하라는 행정처분까지 내렸다. 일종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법리해석을 그쳐 결정한 사안"이라며 DCRE를 압박했다.

하지만 DCRE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해당 사업이 도시개발사업이 아닌 공동주택건설사업이기 때문에 주택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밟아 분양했다는 논리다. DCRE 관계자는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가 갑자기 1조5000억원 규모의 대심도 터널로 소음대책을 바꾸라고 압박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인천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인천시와 DCRE가 한 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한 건 입주예정자들 뿐이다. 이들은 당초 예정된 입주 시기가 늦춰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미 양측 갈등 때문에 사업이 중단되면서 초등학교 2곳, 중·고등학교 1곳을 설립하려던 계획도 중단됐다. 공원 조성 계획도 마찬가지다.

입주예정자들은 최근 인천시 소통공간인 '열린시장실(시민청원)'에 '인천시 미추홀구 신도시 개발 중단사태 해결 촉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19일 예정된 청원 답변 자리에 유정복 인천시장 대신 이행숙 정무부시장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박영선 씨티오씨엘 3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장은 "소송을 위한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천시가 1월 초 유정복 시장과 면담 일정을 잡겠다고 하니 시장 의견을 직접 들어보겠지만, 입주예정자 피해를 막지 못한다면 법정 소송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