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어도 코인서 손 못 떼"

2023-04-28 11:21:03 게재

투자 경험자들 연이은 실패담

로또처럼 일확천금 좇다 손실

코인투자 실패 경험자들은 한결같이 코인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30대 김 모씨는 3년 전 엄마의 노후자금까지 끌어모은 돈 1억5000만원을 코인투자로 날린 뒤 다시는 코인을 안 하겠다고 했다. 엄마와 가족들도 "죽어도 코인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도 코인에 손을 떼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 씁쓸하다고 했다.

지난 21일 김씨는 "코인을 할 때는 로또에 당첨될 것 같은 기분처럼, 잭폿이 터지는 일확천금을 꿈꾼다"며 "(코인을) 시작하게 되면 끊기 쉽지 않아 애초 시작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0년 교통사고로 한방병원에 입원했을 때 우연히 만난 한 언니를 통해 코인을 접했다. 외국계 은행에 10년을 근무해 팀장까지 했다는 언니는 해박한 금융지식을 자랑했다. 하루 종일 휴대전화만 보던 언니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처럼 접근해 비트코인 바이낸스 빗썸 코인원 등을 아는지 물었다. 4차 산업과 인공지능 이야기도 해줬다. 주식도 안 하고 있던 김씨는 마치 외계어처럼 들렸다고 했다.

언니는 "예금 적금밖에 모르면 평생 힘들고 가난하게 산다"며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리곤 코인 매도 매수 방법을 알려줬다. 자동으로 매도매수를 걸어놓고 내가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사지도 팔지도 않으면 예금 이자보다 더 수익이 난다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10만원으로 시작한 코인을 "돈은 크게 투자하는 만큼 크게 버는 거다"며 더 크게 투자할 것을 부추겼다. 당시는 비트코인이 11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 오르던 호황기였다.

그러다 언니는 본인이 하는 다단계 코인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3배 수익이 날거라며 수당은 비트코인으로 준다고 했다. 김씨는 1억5000만원을 투자하며 3배에 달하는 4억5000만원 이익을 꿈꿨다. 하지만 수익을 받을 때가 되자 비트코인으로 준다고 한 적 없다며 언니는 말을 바꿨다. 상장도 되지 않은 들어보지도 못한 코인으로 돌려준다고 했다. 그렇게 실랑이는 소송으로 이어졌고 8개월 만에 1억5000만원은 휴지조각이 됐다.

언니와 일당은 "실패를 자신들도 몰랐다"고 오리발 내밀었고 법원은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억울한 김씨는 코인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또 코인을 하게 됐다. 경험하고 나니 코인이 보이기 시작한 거다. 이번에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코인 전문가가 곧 상장될 코인을 소개하자 따라 투자했다. 그때는 코인이 상장만 되면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500만원으로 매수를 했지만 코인은 상장 후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고 말았다.

최근에는 또 "피해 본 금액을 줄여주겠다. 나만 따라 투자하라"고 하던 지인의 말을 믿고 코인을 했다가 이마저도 손해를 보고야 말았다.

김씨는 "(코인) 지식이 없고 공부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코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남의 정보만 믿고 코인을 하면 그 사람을 무조건 원망한다"며 후회했다.

40대 이 모씨는 한번의 코인투자 성공이 4억9000만원 실패로 이어진 사례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이씨는 스스로 흑수저라고 생각해 코인투자는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동아줄로 여겼다. 처음 코인을 알게 된 건 코인 광풍이 불던 2017년 처가댁 할머니를 통해서였다. 코인을 하겠다는 할머니를 말리기 위해 다단계 세미나에 갔다가 코인 차트를 보니 주식보다 쉽게 보였다고 했다.

이씨는 그때 3000만원을 투자해 이익을 거뒀다. 당시는 코인 시세가 한 해 30~50배까지 상승하던 시기였다. 가격이 오르던 시기였는데 자신이 실력이 있어서 성과를 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다음 해 정부가 코인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코인 가격은 1/10로 떨어졌다 .

이렇게 코인을 알게 된 이씨는 2019년 중국 소재 가상화폐거래소가 코인을 발행하고 한국에도 진출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30억원을 주고 거래소를 매입한 소유주라고 밝힌 일당은 이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한국 지사 설립도 예정됐는데 지사도 내주고 지분도 갖게 해주겠다고 유혹했다.

이씨는 자신의 자금 3억9000만원과 가족의 돈 1억원을 합쳐 투자했다. 하지만 코인은 상장되지 않았고 한국 지사 설립도 물거품이 됐다. 이씨는 일당을 경찰에 집단 고소했고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씨는 "현실적으로 2~5%의 수익만 나도 좋은 것인데 큰수익을 좇다 보니 사기와 손실을 보게 됐다"며 "이상을 좇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코인은 주식과 달라 자본이 들어가지 않는 데다 임의로 수량을 정할 수 있어 무한대로 발행이 가능하다"며 "판매 과정에서 다단계 조직이 활용되고 코인의 가치를 포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속이면 이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코인을 하고 있다고 밝힌 이씨는 그러나 소액으로 유명코인만 투자한다고 했다. 가격 변동이 적고, 많은 이용자가 있는 안전한 코인에만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경험상 개인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로, 나머지 스스로 트레이딩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투자리딩 사기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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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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