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젊은 세대 명품소비의 그늘
우리 경제 버팀목이 되어왔던 수출과 재정 부문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무역수지 적자가 14개월째 지속되고, 법인세 수입이 급감해 세수 결손 규모가 3월 기준 최대폭에 다다르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빚투, 영끌'의 후폭풍으로 개인회생이 지난 3월 1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일련의 기사를 보면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20~30대의 개인회생 신청이 이와 같은 급증세에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한국의 명품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지난 3년간 성장률이 가장 높아 지난해는 국민 1인당 명품소비액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지출이 확대되고 있다. 소위 수요의 법칙을 명품 소비는 위배하고 있는 것인가?
한편에는 빚투 후유증, 다른 한편엔 명품소비액 세계 1위 기록
사실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선호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수요곡선 자체가 이동해 가격이 상승한 것일뿐 여전히 명품에 대한 수요의 법칙은 성립한다고 본다. 최근 들어 전체 명품시장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MZ세대들의 명품에 대한 선호와 소비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젊음은 사치와 동의어가 돼가고 있다. 이러한 소비행태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베블렌 등 많은 학자가 '과시소비' 또는 '구별짓기 행태' 등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설명을 제시해왔다.
그렇다고 현재의 젊은 세대들이 단순히 과시욕이나 비합리적인 행태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뒤처짐'에 대한 불안이 발현되고 현재에 대한 시간선호가 커지긴 했어도 이들의 행태는 싸진 시간의 가치와 명품 중고거래 시장의 활성화를 고려해 그만큼 높아진 명품의 환금성과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의 목적까지 고려한 나름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명품소비 확대 배경에는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보다 싸진 돈의 가치, 그리고 대출에 대한 접근성이 제기될 수 있다. 소비자금융의 발달로 인해 단순히 MZ세대의 명품소비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부동산 주식은 물론 비트코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자산 열풍이 몰아닥친 것도 이들 젊은 세대들의 투자 덕분이었다. 즉 보다 싸진 유동성이 공급되고 부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들 세대는 소비와 투자 등 다양한 경제·금융영역에서 핵심 주체로 자리잡았다.
명품소비를 통해 살펴봤을 때 젊은 세대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무엇보다 이들은 레버지리를 활용하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전 세대들처럼 '빚은 나쁜 것, 빚 지면 안된다'는 식의 부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물려받지는 않았다. 이들 세대들은 부채를 본인의 금융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단순한 금융수단으로 보고 경제여건에 맞춰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지향적이고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구성의 오류 조정하고 해결할 의지와 역량 안보여
하지만 개인행동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이들의 행동은 사회 전체적으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이들의 늘어난 빚은 경기가 좋을 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젊음을 무기로 이들의 부채는 계속 상환될 수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부채는 외적인 경제 충격에 쉽게 위험이 노출된다.
개별 차원에서 합리적인 행동들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항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명품소비와 영끌투자,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부채위기와 출산율 위기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구성의 오류' 사례가 될 수 있다. 현재 경제 사회 여건을 보았을 때 우리는 이처럼 구성의 오류에 빠져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으로 이것을 조정하고 해결할 의지나 역량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