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핵심이익 존중이 한중관계의 초석

2023-05-25 11:28:11 게재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

2022년 11월부터 한중관계에 잡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미정상회담 성명과 한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 대만문제가 빈번하게 언급되고 이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말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의 대만에 대한 거론은 중국의 대한국 여론을 자극했다. 그후 한국입국 비자 제한 및 연기 조치 등은 비록 과학적 판단에 근거했다고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다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틱톡, 헤드라인(Toutiao) 등 인터넷 미디어를 거쳐 한국의 정보와 여론동향들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기 때문에 한국의 대중국여론도 중국인들의 대한국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상의 민의도 중국의 여론이나 정책 환경에 영향을 준다. 양국의 부정적 여론과 인식이 상호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디어들의 언론보도가 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대만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고 이에 대한 그 어떠한 외부간섭도 내정간섭으로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는 중국 정부뿐만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입장이고 원칙이다.

1992년 한중수교 공동코뮤니케에서는 한국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정부가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하며 중국은 오직 하나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중수교를 계기로 한국과 대만은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수교 이후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2021년 한미정상회담부터 한국은 대만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기 시작했으며 한미·한미일정상회담이나 인태전략 보고서에서도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대외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중국 외교의 최저선과 배치되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양국 관계의 레드라인

대만문제는 중미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미국 주장에 동조하거나 지지한다면 결국 중국과의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만문제에 있어서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이며, 대만문제는 미국의 대중국 외교에 있어서 중요한 카드다.

특히 대만의 독립문제에 대해서는 그 태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대만의 독립과 분열이 바로 현상타파이며, 이에 대한 미국의 배후 조장도 대만해협 현상 변화에 크게 일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대만문제에 대한 중국의 원칙과 입장 및 민감성에 대해서 충분하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지난 11월 발리섬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지만 양국 정부 간의 접촉과 소통이 다른 양자관계에 비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간 베이징에서의 화해선언,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외에도 프랑스 브라질 베트남 등 세계 각국 정상들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했다. 일본의 하야시 외상도 중국을 방문했으며 미국 측도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뗄 수 없는 중요한 인접국, 주요 협력 파트너로서 중시해왔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대만문제라는 중국 외교의 레드라인을 건드리는 것은 결코 좋은 처사라고는 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중국경제의 회복 효과를 기대한다고 하면서도 대만문제에서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국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동맹관계와 제3국과의 관계 균형 유지 필요

한중 양국은 정치체제 가치관 사회발전수준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한중수교는 양국이 이러한 차이를 상호 인정·존중하고 관계정상화와 공동이익을 발전시키기 위해 구동존이의 지혜를 발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수교 후 30년 동안 이룩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기에는 한국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과 전략적 신뢰관계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들어와서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심화·발전시키는 것은 상호 공동이익에 부합된다. 따라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중국도 한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중수교 공동코뮤니케 정신을 회고하고 보다 확고히 해야 할 때다.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