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 통화정책 악순환의 고리

2023-06-26 11:53:46 게재
현문학 언론인

상업은행의 자금 조달창구는 3개다. 주로 중앙은행의 대출에 의존한다. 고객의 저축이나 은행 간 단기차입도 알고 보면 중앙은행 본원통화의 일부다. 중앙은행은 상업은행에 대출해주는 정책금리로 시장금리를 조절하는 셈이다.

자본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중국의 금리는 시장과 동떨어져 있다. 그만큼 중앙은행이 금리에 개입할 여지도 많다. 중국 인민은행은 공개시장조작이나 지급준비율 정책금리 외에도 다양한 통화수단을 통해 시장에 개입 중이다.

자본시장 성숙하지 않은 중국 금리, 시장과 동떨어져

중국의 정책금리 중 핵심은 중기대출편리(MLF) 금리다. 대출 규모도 가장 크다. 현재 중국 전체 대출의 31% 규모다. 중국은 이걸로 장기 시장금리를 조절한다. 단기 금리로 시장을 통제하는 미 연준의 방식과 180도 다르다. 단기 금리를 통제하는 미국은 콜금리 변동이 거의 없다. 하지만 중국의 콜금리 변동은 매우 심한 편이다. 일단 MLF 금리를 조절하면 대출 우대 금리인 LPR이 움직인다. LPR은 18개 은행으로 이루어진 은행 간 거래센터란 곳에서 결정한다. 중앙은행 수권 금융기관이 MLF에 가산금리를 붙이는 방식이다.

이는 연방 기준금리에 따라 상업은행에서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미국과 다르다. MLF와 시장금리 사이에 만든 옥상옥 격이다. 중국도 금리정책의 최종 목표는 시장 대출 금리다. 상업은행에서 LPR에 자체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다. 통상 5년 이상 장기 LPR 금리에 0.3%p를 더한 수준이다. 현재 중국의 5년 만기 LPR 금리는 지난 20일 0.1%p 인하해 4.2%다. 시장 대출 금리는 4.5%라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의 시장금리 인하추세는 2019년 말 이후 진행형이다. 현재 공개시장 조작용 RP 금리는 1.9%, MLF는 2.65%다. 4년간 내린 정책금리를 모두 더해도 0.65%p 수준이다. 금리를 인하해도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금리를 찔끔찔끔 자주 인하하는 배경은 따로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부채를 낮춰주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동안 가파른 물가 하락으로 시장의 실질금리는 상승세다. 지방정부의 부채상환 압박이 커진 셈이다. 지방정부의 융자플랫폼인 지방정부금융조달기구(LGFV)의 부채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걸 줄여주기 위해 핀셋 조정한 게 이번 금리인하의 1차 목표다.

게다가 디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실질금리를 끌어올리는 추세다. 채무부담이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방정부나 LGFV의 채무뿐 아니라 가계의 부동산 대출 부담도 가중되긴 마찬가지다. 은행도 부채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리스크를 해소하려면 자금이 은행에 머무르는 것을 막아야 하는 처지다. 예금은 은행장부상 부채이기 때문이다. 이게 정책금리 조정에 앞서 6대 상업은행이 수신금리를 인하한 배경이다.

실물경기 호전 없는 통화정책만으로 악순환 고리 벗어나기 힘들어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는 전방위적인 채무부담 경감조치인 셈이다. 물론 부채상환 부담을 낮춰주고 대출비용을 줄여 투자심리를 살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채무는 투자와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국은 은행에 머무르는 자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구조적인 채무 리스크 탈피와 디플레이션 해소라는 양대목표를 위해 금리정책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금리는 지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6월 금리인하는 맛보기 격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고려해 추가 인하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공간이 적다는 게 문제다. 이번 인하로 정책금리는 이미 사상 최저수준이다. 은행 간 콜 금리는 현재 0.2%다. 상업은행의 수신금리도 마찬가지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먹고사는 상업은행의 경우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물경기 호전 없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현문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