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최저임금위원회 대표성 강화해야

2023-07-12 11:34:44 게재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는 난항중이다. 법정시한을 넘긴 몇차례 회의에도 내년 최저임금 관련 양측간 주장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용자측은 침체된 우리 경제를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기업·자영업의 존폐위기 확산과 취약계층 일자리 불안을 야기한다며 최소인상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고,근로자측은 가구생계비 등을 고려해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올해도 9명의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할 전망이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9년 중 여섯번은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우리는 여기서 위원별 입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근본적 의문이 생긴다. 이들이 근로자나 사용자 혹은 공익을 제대로 대표하는가?

최저임금위, 올해도 법정시한 수차례 넘기며 난항중

현 제도상 근로자 위원은 전국 단위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 위촉된다. 실제로는 근로자 위원들은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의 조직원들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율이 2021년 14.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 미조직 85%의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 이익의 대변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주로 대기업 정규직 위주 노조이기 때문이다. 근로자 위원들에겐 높은 인상율이 최대 관심사일 것이나 나머지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우선일 수 있다.

사용자측도 마찬가지다. 현재 위원들은 주로 중앙단위 경제단체 소속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영업자나 수도권 외 사용자 입장 반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공익위원들은 주로 교수들이고 전공도 노동경제학이나 노동법 위주다. 우리 경제 현실을 반영한 공익이 최저임금 심의에 잘 반영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타당성이 부족했다. 특히 대기업 근로자들의 입장을 주로 반영한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를 양산해왔기 때문이다. 너무 높은 목표설정은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 목표 달성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멀리뛰기 운동선수에게 도달 가능한 2∼3m의 목표 대신 5m 이상 목표를 제시하는 경우 아예 연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01∼2022년 기간 동안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수와 미만율은 크게 증가했다. 경총에 따르면 2001년 최저임금이 1865원에서 2022년 9160원으로 약 390% 인상되면서 2001년 약 58만명이던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는 2022년 약 276만명으로 3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 미만율은 4.3%에서 12.7%로 증가했다. 2022년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율은 농림어업 36.6%, 숙박음식업 31.2% 등 일부 업종에선 매우 높은 반면, 정보통신업 3.1%, 제조업 4.6% 등 일부에선 낮다. 한편 30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18.8%인 반면, 30인 이상은 4.6%다.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 농림어업, 숙박음식업 등의 근로자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이들에겐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그로 인해 일자리가 상실되는 잠재적 손실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의 입장이 특히 현행 근로자 위원들의 입장에 반영될 수 있을까?

사용자, 근로자 골고루 대표하는 체제로 제도 개선

높은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일부 영세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회원국 평균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은 7.4%, 미국은 1.4%, 일본은 2.0%였다. 우리나라는 19.8%로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임금 수준은 우리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고 이는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사용자 근로자를 골고루 대표하는 체제로 전환하거나 외국처럼 의회나 지방자치단체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제도개선 검토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