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보는 존엄한 죽음의 조건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 학장 = 존엄한 노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거가 너무 많다. 우선 노인 자살률이 여전히 높고 청년 자살률도 점점 더 높아진다. 노인만 팍팍한 게 아니라 일하는 청년들은 과로나 사고로 죽고 일을 못 하는 청년들은 자살을 한다. 두 번째 증거는 죽음의 질이 너무 낮다. '죽음의 질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많은 국민들이 "형편없다"라고 대답한다. "푸대접 받으며 죽는다. 방치되며 죽는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생애 말기야말로 통합 돌봄의 끝판 왕이다. 의료도 적정하게 필요하고 돌봄도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생애 말기이다. 생을 마감하는 짧은 1년만 보더라도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는 기관이 희귀하고 대부분 입원형인데다 대상자들은 암환자에 국한돼 있다. 노인 장애인 등 대부분 국민들은 호스피스 '호'자도 경험해 보지 못하고 병원에서 사망한다.
생애 말기를 어떻게 마감하고 싶은지 물으면 "가족들이 생업을 하다가도 곁에 있을 만한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답 한다. 말기라면 적어도 6개월~1년까지는 24시간 돌봄이 가능해야 집이든 병원이든 선택지가 생긴다. 현재는 무조건 병원에 가야 된다. 내가 어떻게 죽을지에 대한 물음에'집에서'라는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동안 생애말기 돌봄을 너무 방치해 왔다. 일차 의료가 담당해야 할 역할들, 집중적인 돌봄의 제도 기반 마련을 너무 방기했다. 그냥 암 환자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해 왔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김 윤 서울대 의대 교수 = 웰다잉(Well-Dying)의 기반은 '가정 호스피스'이고 이는 재택의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재택의료 없이 지역사회 호스피스는 할 수 없다. 지역에서 임종을 잘 맞이할 수 있게 하는 일과 시설의 질을 올려야 한다. 현재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시는 노인들이 전체 사망자의 30% 가량 된다. 그 시설의 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항생제 맞고 인공호흡기 달고 장기간 연명하다 돌아가시지 않게 해야 한다.
웰다잉과 호스피스에 대한 의사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의사들이 임종을 앞 둔 환자와 가족들에게 호스피스에 대한 좀 더 일찍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그래야 환자와 가족의 존엄한 죽음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