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박성배 교수의 스포츠매니지먼트
졸업생으로 본 스포츠 산업 인재의 필수 역량
오랫동안 스포츠팬으로 살아와 스포츠매니지먼트전공을 선택하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전공과는 거리가 먼 일반 기업체 혹은 공무원으로 진출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예를 들어보자. 김프로(가명) 학생은 어릴 때부터 야구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 소질이 있어 스포츠를 벗 삼아 자라왔다. 엘리트 선수가 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스포츠 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김프로 학생은 고교에 입학하면서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전공하겠다고 굳게 결심했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 신입생이 된 후 들뜬 마음으로 졸업한 학과 선배들과의 멘토-멘티 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열정적으로 진로 탐색을 시작했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전공의 취업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졸업생들의 진로는 스포츠 기업과 조직이 아닌 일반 기업체가 다수였다. 프로구단에 입사해 구단 유니폼을 입고 바쁘게 현장을 뛰어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꿈꿨지만 쉽지 않게 느껴졌다.
수업에서 해결 실무 역량은 기본
이런 학생들이 스포츠 산업으로 진출하도록 지원하려면 대학은 산업과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이들이 원하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양대 스포츠매니지먼트전공은 글로벌 스포츠 산업 트렌드에 맞는 세 가지 교육 핵심 역량을 강조하고 교육과정에도 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중에서도 학생들이 기업의 당면 과제를 직접 해결하며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업무 역량도 갖출 수 있는 산학협력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IC-PBL(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이 대표적인데 실제 4년간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상당수의 수업이 '현장 중심 문제 해결'로 불리는 IC-PBL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수업의 핵심은 바로 스포츠 산업 현장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점과 애로 사항을 이해하는 한편, 학생들이 직접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스포츠용품·의류업체부터 각종 스포츠연맹과 협회, 프로스포츠구단은 인력이나 예산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해결하지 못한 당면 과제가 산적하다.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해당 기업 담당자 및 교수가 이를 평가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현실과 거리가 먼 구태의연한 일방향 강의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살아 있는 프로젝트라 학생들의 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내 프로리그, 구단, 글로벌 스포츠용품 기업, 한국e-스포츠협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스포츠기업 및 조직들이 IC-PBL의 파트너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산학 연계 수업을 통해 파트너 기업은 학기말에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프로젝트 결과물을 제공받고 학생들은 현장에서 직면하는 문제점과 에로사항들을 경험하는 공생 관계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학생들이 제안한 일부 아이디어가 파트너 기업의 실제 경영에 활용되기도 했다.
졸업 후 세계태권도연맹 스포츠국에서 일하고 있는 박정원 대리의 사례이다.
"대학 수업은 재무·기획 관리, 마케팅 분석, 행동론 등을 스포츠라는 콘텐츠에 접목시켜 진행됐다. 특히 단순한 이론 수업을 넘어 스포츠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교수님과 함께 런던으로 연수를 가는 등 현장성이 강했다. 동아리에서 올림픽 조직위나 구단에 제안서를 보내거나 경쟁 PT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조직위 소속으로 경기장 내에서 프레스 매니저로 근무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달여 간 미디어룸과 기자회견장에서 진행과 통역을 맡아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특정종목별 선수 동선, 미디어 동선이 제각각이라 효율적으로 동선을 구상해야 했는데 제가 현재 세계태권도연맹에서 하는 업무를 미리 경험한 것 같다. 이때 교류했던 프레스 매니저들과 이후 국제대회, 대회 관련 활동 정보를 주고 받다 릴레함메르 2016 동계 세계청소년 올림픽의 한국 대표 청년대사로도 활동했다. 학교에서 이론과 실무의 기본을 닦고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것이 취업 시 도움됐다."
졸업생들, 키워드는 전문성과 열정
이노션 이지수 매니저의 사례이다.
"대학에서 스포츠마케팅원론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스포츠마케팅은 현장에서 사용할 실전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 수업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배운 것을 바로 응용해볼 수 있어 좋았다. 일명 'HYSS'라 불리는 스포츠산업학회에서 활동하며 전문 지식과 대외 활동 경험도 쌓았다. 또 개인적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때 각각 방송국 스포츠국, 국제스포츠행사 전문 대행사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이런 이력은 취업 과정에서 강점이 됐다."
스포츠 산업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이런 수업을 들으며 역량을 높인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스포츠 산업에 진출한다. 현재 한양대 스포츠매니지먼트전공 졸업생들은 글로벌 스포츠용품기업, 글로벌 스포츠광고 대행사, e스포츠 협회 등 다양한 곳에서 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