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반정부 시위 갈수록 커져
예루살렘에 10만명 운집 “내각 총사퇴” 촉구 … 네타냐후 “라파 작전 준비돼”
3월 31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는 1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였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정부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 퇴진을 촉구하면서 조기총선을 주장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뿌리 뽑지도 못하고 100여명의 이스라엘 인질도 데려오지 못하는 상태로 6개월 가까이 전쟁을 이어가는 정부를 규탄했고, 초정통파 유대교도 청년들의 병역 면제를 두둔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도 표출했다.
일부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 아들인 야이르 네타냐후가 개전 후 6개월째 귀국하지 않고 미국 마이애미에 머무는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크네세트 앞 시위대 규모는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주요 도로를 봉쇄한 채 깃발을 손에 들고 “즉각 조기 총선을 치르라”고 소리쳤다.
시위에 참여한 누릿 로빈슨(74) 씨는 로이터 통신에 “이 정부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들은 우리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분노했다.
인질 가족들도 대열에 합세했다. 친척이 인질로 잡혀갔다는 아이나브 모세 씨는 “6개월이 지나고서도 네타냐후가 장애물이라는 것을 정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네타냐후가 인질 구출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것처럼 정부 역시 인질 구출 임무에 실패했다”고 개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 중인 지금 총선을 치르면 정부와 인질 협상이 6~8개월간 마비될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대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 씨! 총선은 나라를 마비시키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이미 마비됐다”며 “전쟁도 하마스와 인질 협상도,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는) 북부지역도 그리고 당신 주도의 정부도 이미 마비됐고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하마스가 최근 휴전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면서 “군사적 압박과 협상장에서의 유연성 발휘가 합쳐져야만 인질을 데려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파 공습에 대해서도 “이스라엘군의 라파 지상전 및 민간인 대피, 인도적 구호 준비가 됐다”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작전을 진행할 것이다. 이는 작전 측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라파 공격이 지연되는 이유는 미국의 압력이나 라마단도 아니라면서 “준비해야 한다.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라파 작전 없이는 하마스를 이길 수 없다. 남은 하마스 부대를 제거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네타냐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휴전 결의가 미국의 기권 속에 채택된 뒤 고위 대표단 파견을 취소했던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나는 그들(미국)에게 기권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하마스에 인질 석방 없이도 국제사회의 압박만으로 휴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을 지적했다”면서도 “우리는 아직 그리고 언제나 우리의 미국 친구들의 의견을 듣는 데 관심이 있다. 그들은 인도적 이슈에 관해 관심이 있고 우리는 그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정기 검진 과정에서 탈장이 확인돼 이날 밤 전신마취 상태로 수술받을 예정이며 수술 후 곧바로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루살렘 의회 앞에 모인 시위대는 인근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며 앞으로 나흘간 연속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