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방선거서 에르도안 ‘타격’
제1야당 주요도시서 승리 앙카라·이스탄불 등 5곳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에서 집권당을 앞서고 있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개표가 79.8% 진행된 가운데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현 시장이 50.5% 득표율로 집권당 정의개발당(AKP) 후보(40.7%)에 10%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다. 이스탄불은 인구 1600만명이 넘는 유럽 최대 도시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CHP 소속 만수르 야바스 앙카라 현 시장이 개표율 46.4%인 상황에서 58.6%를 득표해 여당 SKP 후보(33.5%)를 압도하는 것으로 집계되자 승리를 선언했다. 야바스 시장은 연설에 나서 “선거는 끝났으며 우리는 계속 앙카라를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밤새 CHP 깃발을 흔들며 모여 에르도안에게 또 다른 타격을 준 그의 연설에 열광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스탄불 선거에서 앞서고 있는 이마모을루 시장은 개표 중간 결과에 대해 “우리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와 믿음이 결실을 본 것 같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은 집권당인 AKP가 이스탄불, 앙카라를 포함해 5대 도시에서 모두 패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비공식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마모을루는 2019년 지방선거에서 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를 ‘두차례’ 꺾고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야권 대권 주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당시 선거에서 이마모을루는 이스탄불 시장으로 당선됐으나 AKP의 이의제기로 선거 결과가 무효 처리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재선거에서 이마모을루는 다시 당선에 성공하면서 일약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인 이스탄불 시장 자리를 라이벌에 내줄 경우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탄불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자 그가 1994년 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무대이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5년 전 선거에서 야당에 빼앗겼던 이스탄불, 앙카라 등 주요 도시를 되찾고자 했지만, 물가고와 경기 침체 속에 치러진 올해 선거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지난해 대선에서 실패하며 흔들리고 있던 야당은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모두 수성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을 견제할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