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스라엘에 무기 대주며 민간인 피해 최소화?
24조원 전투기 판매 방침
민주 내부 거센 논란 예고
“피해 최소화와 상충 없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상전 예고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상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조만간 이스라엘에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무기 지원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미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F-15 전투기 50대를 판매하기로 하고 조만간 의회에 관련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판매 규모는 180억달러(약 24조4000억원)로 6개월 전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최대 수준이다. 미국 정부는 의회에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정밀 유도 탄약의 신규 판매 역시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이 같은 미국의 최첨단 무기 판매 결정은 가자 지구 민간인 살상을 놓고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고조하는 가운데 내려졌다”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에서조차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 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3만2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최근까지 미국은 이스라엘에 100건이 넘는 무기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일정 금액을 넘지 않아 의회 승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회 승인 없이 비공개로 추진됐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에도 이스라엘에 2000파운드급 MK84 폭탄 1800발과 500파운드급 MK82 폭탄 500발의 지원을 승인했다. F-35A 전투기 25대와 엔진 등 25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지원하는 계획도 승인됐다.
이번 F-15 전투기 판매를 놓고는 의회에서 거센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내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비판이 비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기 이전에는 무기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공격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전쟁 발생 이후 계속해서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해 왔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중동계 및 진보, 젊은층을 중심으로 심각한 지지층의 분열에 직면해야 했다.
실제 미시간주를 비롯해 아랍계가 다수 거주하는 일부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토의 의미로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한 표가 무더기로 쏟아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 이어나갈 태세다. 국무부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주문하면서도 폭탄 등 살상력이 강한 무기를 계속 지원하는 게 상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승인하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우려한다는 입장의 진정성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난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면서 “동시에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데 이것은 미국이 10월 7일(하마스가 작년 이스라엘을 공격한 날) 이전에 한 장기적인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할 때에는 국제 인도주의법을 완전히 준수하라고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이 지원하는 2000파운드급 폭탄이 이스라엘의 자기방어에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은 이란과 헤즈볼라처럼 매우 잘 무장한 적들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