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덮친 강진 “원자폭탄 32개 터뜨린 위력”
규모 7.2로 25년만에 최대
9명 사망·946명 부상 피해
지진으로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기준으로 9명이 숨지고 946명이 다쳤으며, 건물 100여채가 붕괴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또 137명이 고립 상태에 놓여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다. 주변국인 중국, 필리핀, 일본 등 정부는 한때 자국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으나 피해는 없었다.
대만 기상청은 이날 오전 7시 58분쯤 동부 화롄현에서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해역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앙 깊이는 15.5㎞로 관측됐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지진 규모가 7.4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최초 지진 발생 10여분 뒤 규모 6.5의 여진이 이어진 것으로 집계했다. 이날 정오까지 총 58차례의 여진이 뒤따랐다.
우젠푸 기상청 지진예측센터장은 진앙이 육지와 상당히 가까운 얕은 층이어서 대만 전역에서 지진이 느껴졌으며, 앞으로 3~4일간 규모 6.5~7.0의 여진이 계속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긴급대응반을 구성하고 구조작업을 위해 군 병력을 투입했다. 다음달 취임하는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은 이날 오후 예정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상무위 회의를 취소하고 지진 피해가 가장 큰 화롄시를 방문했다.
대만에서도 특히 지진이 많은 화롄 지역은 1000㎢에 육박하는 타이루거 협곡과 최고 해발 800m의 칭수이 절벽 등 지형이 험준하다.
이날 지진은 화롄 지역에서 150km 가량 떨어진 수도 타이베이 등 대만 전역은 물론 일본 오키나와와 중국 본토 저자성, 푸젠성, 광둥성, 장쑤서과 상하이시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였다.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은 TSMC 생산라인 직원들이 한때 대피하면서 일부 반도체 생산이 한동안 멈추는 사태도 빚어졌다. TSMC는 이날 신축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대만 대체들은 이번 지진이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의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격탄을 맞은 화롄 지역은 건물들이 맥없이 무너지거나 기울어지고 도로가 끊기는 등 도시 전체가 흡사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대만 현지 매체와 SNS 등에 따르면 산악 지역 거주 주민들은 지진 발생 순간 산쪽에서 엄청난 규모의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순식간에 땅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것을 체감한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현장에서 탈출하느라 안간힘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앙에서 가까운 8층짜리 톈왕성 빌딩은 지진 직후 심하게 흔들리면서 12~13도 정도 기울어지더니 건물 뿌리가 뽑힐 수준인 45도로까지 기울어진 뒤 붕괴 직전에야 멈춰섰다. 이 건물은 가까스로 완전 붕괴는 피했으나 바로 옆에 있던 형 건물은 약 1초 뒤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고 대만 매체들은 전했다.
화롄의 베이빈 거리에 있는 1층 브런치 가게는 건물이 폭삭 내려앉으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고 인근 고속도로와 터널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도로 곳곳이 폐허가 됐다.
인근 타이루거 국립공원에서는 탐방로가 무너져 10여명의 관광객이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이 공원에는 수백명의 등산객과 직원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롄과 멀지 않은 신베이시에서도 일부 공장 창고가 붕괴됐고 안전 우려로 도시 철도 운항이 일부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는 이번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 추정치가 1000만~1억달러(약 135억~1350억원)일 가능성을 34%로 가장 높게 봤고, 1억~10억 달러(약 1350억~1조3500억원)일 가능성을 31%로 봤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