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철수, 휴전협상용이었나
카이로서 진행중인 협상이 영향준 듯 … 백악관 “철수가 새 작전 위한 건 아닐 것"
미국은 이것이 군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으나,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협상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정황이다.
하루 뒤인 8일 이집트 국영 알 카헤라 뉴스는 전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미국, 카타르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한 휴전협상에서 기본적 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과 아랍언론들이 이를 일제히 인용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철수와 관련,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그동안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에서 작전해온 98사단이 철수했다면서 이는 전투 임무가 완료된 데 따른 것으로, 미국의 요구 때문은 아니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리는 “필요할 때마다 작전을 재개하겠지만 작전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그곳에 주둔할 필요는 없다”며 “98사단은 하마스의 칸 유니스 부대를 파괴했고 수천 명의 테러범을 사살했다. 할 만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칸 유니스에서 병력이 철수하면서 남부 최대도시 라파에 은신 중인 피란민이 주거지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면 다시 작전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하마스의 칸 유니스 여단을 궤멸시키는 첫 번째 임무에 성공했지만 인질 구출이라는 두 번째 임무는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알시파 병원 작전을 통해 가자지구 남부 전투에 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3개 사단을 필요시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할 부대로 지정하고 이들 부대는 가자지구 분리 장벽 인근 키수핌 키부츠(집단농장)에 주둔한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알시파 병원 등 가자지구 북부에서 최근 진행된 작전들과 같이 최신 정보에 근거를 둔 급습 작전이 더 효율적이라고 이스라엘군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98사단 철수 후 가자지구 남부에 남는 유일한 부대는 ‘넷자림 통로’(Netzarim Corridor)를 지키는 나할 여단이다. 이 통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분할하기 위해 남부 베에리 인근 가자지구 동쪽 분리 장벽에서 서쪽 지중해 해변까지 뚫은 관통 도로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에서 전쟁은 계속되며 종전까지는 아직 멀었다”며 “이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고 해 상당수 병력 철수에도 전쟁이 다른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겉으로는 이스라엘측이 가자지구 전행 지속과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카이로 휴전협상에서 핵심 사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는 언론보도를 놓고 볼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회담전술일 수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이 가자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는 한편 “(가자 주둔) 병력 축소는 휴식과 정비 차원으로 보인다”면서도 “새로운 작전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 것도 이런 정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커비 보좌관은 7일 ABC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해당 군대는 4개월간 작전을 했으며 그것은 휴식과 재정비(refit)를 위한 것이지, 반드시 곧 수행하게 될 새 작전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구호 트럭 오폭 사건 이후에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간 지난 4일 통화를 거론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는 이스라엘이 더 많은 일을 해야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가자지구 구호물품 반입 및 경로 확대 등 이스라엘이 구호트럭 오폭 사건 이후에 발표한 조치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군과 구호 인력뿐 아니라 가자지구 주민과 이스라엘간 신뢰가 복구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검증가능 한 방식으로 시간을 두고 이스라엘의 약속이 실현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구호트럭 오폭사건 조사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은 분명하게 실수했다고 인정했으며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들이 조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