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우크라 종전구상은 영토 양보”
WP “크림반도·돈바스 양도”
우크라·유럽 거세게 반대할 듯
“러에 손 내밀면 팔까지 가져”
자신이 재집권하면 하루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종전 구상은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러시아에 영토를 내주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양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트럼프나 그의 참모들과 이 문제를 논의한 소식통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에 강제로 병합했고, 우크라이나 침공 7개월 뒤인 2022년 9월에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돈바스의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와 함께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주를 러시아 영토로 병합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4개 주 영토 병합을 불법이라 비판하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하면 24시간 내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평화 합의를 협상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자신만만하게 공언했지만,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사석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체면을 세우고 싶어 하고, 탈출구를 원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들 사는 곳이 러시아 영토의 일부가 되더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통제하게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재 정권이 확장된다면서 트럼프 지지자 일부는 이런 결과에 반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하려 해왔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난 트럼프와 우크라이나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내 시간의 100%를 써왔다”며 “푸틴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가 이 전쟁 끝에 이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과거처럼 재무장한 뒤 다시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 없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내주는 조건으로 러시아와 휴전하면 우크라이나가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이클 코프맨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분석가는 “이것은 당신이 손을 내밀면 상대방이 매우 금방 나머지 팔까지 가져가려고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영토 포기는 우크라이나가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는 조건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어느 영토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했던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위원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위협으로 여기는 유럽의 동맹들도 반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힐 선임위원은 “트럼프의 팀은 이것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의 개별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유럽의 안보와 세계 질서의 전반적인 미래와 연관된 문제가 아니라 영토 분쟁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 내도록 무기를 지원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완전히 반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저지하라고 압박한 적이 있다.
트럼프 캠프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성명에서 WP 보도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또는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익명의 무지한 소식통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추측하고 있다”면서 “오직 트럼프 대통령만이 전쟁을 끝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