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러시아 신(新)커넥션의 실체
파키스탄은 이슬람권 국가 중 유일하게 핵무기 보유국이다.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국경분쟁과 인도의 핵무장에 맞대응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이슬람의 보검’이라 칭하면서 이슬람 국가들의 재정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파키스탄의 핵개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파키스탄이 핵을 다 개발할 경우 그 기술을 리비아에 들여오려는 의도였다.
미국의 경제제재 등 어려운 국면에서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콰디르 칸(Khan)’은 유럽으로부터 핵기술을 은밀하게 들여와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성공시켰다.
파키스탄에게는 인도의 주요 도시들을 핵무력의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투발수단이 없었다. 중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없었던 파키스탄은 북한과의 커넥션을 모색했다. 북한은 사거리가 2000km 내외인 대포동 1호와 사거리 1000km 내외인 노동 1호,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정부는 1994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전수받고자 직접 나섰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기반으로 1998년 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켰다. 북한이 받는 반대급부는 농축 우라늄 기반 핵폭탄 기술이었다.
2002년 미국 동아태부차관보 캘리(James Kelly) 일행이 북한을 방문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을 폭로한 것은 당시 파키스탄으로부터 들여온 핵물질과 농축우라늄 핵기술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파키스탄과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교환은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북한은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키스탄과의 핵 밀매 커넥션에 포섭될 수 있었다.
파키스탄 핵과 북 미사일 기술 결합
미사일 존재의 재미를 봐서 그런지 북한은 핵무기 개발 이후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2017년 북미 간에 긴장이 고조되었던 시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로켓맨’이라고 불리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김정은정권은 미사일 개발에 몰두했다. 미사일이란 투발수단이 없으면 핵탄두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북한은 파키스탄 사례로부터 체득했다. 과거에는 그나마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핵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면 핵을 보유한 지금은 핵 억지력의 완전성을 갖추기 위해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10여년을 미사일 개발에 집중한 김정은정권은 비교적 짧은 기간 상당한 수준의 기술과 다양한 미사일 체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근래 주력하고 있는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 전술핵 탄도미사일의 경우 고체연료 사용으로 은밀성을 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능개량으로 액체연료 기반 못잖은 극초음속의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전술 핵무기로서 가공할 파괴력을 갖췄다. 물론 기술적 개량이 필요하겠지만 북한정권의 미사일 집착을 볼 때 완성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북한의 미사일은 철저하게 한반도 전역과 일본 오키나와, 괌, 알래스카 등의 미군기지를 겨냥하면서 개발되고 있어 그들이 말하는 억지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무기밀매를 통한 국방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파키스탄과의 핵-미사일 교환 사례와 같이 북한은 완성된 미사일이나 기술을 수출하고 그들이 필요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가 북한산 탄도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신냉전과 진영갈등, 군비경쟁의 한반도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제공해서 얻는 반대급부는 무엇인가? 지난해 정찰위성 기술 제공에서부터 푸틴 대통령의 고급차 선물, 러시아의 유엔 대북제재위 패널의 임기 연장 거부권 행사까지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밀월을 보면 북-러 신커넥션의 실체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북한은 미사일을 보유했기 때문에 파키스탄처럼 후발 핵보유국이 될 수 있었고 핵을 개발했기 때문에 핵을 포기했던 리비아나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전쟁의 ‘화(禍)’를 면할 수 있었다. 김정은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중단할 수 없는 이유이며 김주애를 내세워 정권의 영속성과 미래세대의 안전 담보를 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우울했던 전쟁과 냉전의 망령이 한반도 상공에 여전히 머무르면서 신냉전과 진영갈등,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