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영향력 커지는 면접, 유리한 세특 있다
학생부 평가 요소 축소로 세특 영향력 확대 … 어렵고 다양한 탐구 활동, 면접에서 불리할 수도
대입에서 학생부는 중요한 전형 요소다. 수시에서 비중이 높은 학생부 위주 전형은 물론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평가하는 곳이 늘어나 학생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자신의 모습이 잘 담길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대입을 치른 대학생이나 진로진학 전문가, 대학 관계자는 “학생 수준에 맞는 양과 질을 갖춘다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서류 평가 후 진행되는 면접 때문이다. 대부분 학생부 기반 면접으로 진행되는데 학생부 미기재·미반영 항목이 늘어 교과 성적과 교과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중심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행동 특성 및 발달 상황까지 더 꼼꼼히 평가하는 추세다. 이에 기반을 두고 면접 문항이 출제되는데, 지나치게 양이 많거나 어려운 내용을 얕게 훑은 경우 면접 준비만 힘들어지고 답변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경쟁력을 더하려고 신경 쓴 학생부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다. 자신을 드러내고 입시에도 도움이 될 학생부 기록을 살펴봤다. 학생부 기반 면접을 치른 선배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학생부 평가 요소는 과거 대비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치러진 2024학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까지 완전히 폐지돼 대학은 학생부 정성평가 시 교과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에 주목한다. 학생의 교과 성적과 학업 태도를 뒷받침할 근거가 되는 데다, 모든 고교 교과에서 세특 기록이 의무화돼 평가할 내용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정림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대학이 학생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면서 세특이 중요해진 건 사실”이라며 “ 그러한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세특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는 학생이 수업 중 발표한 내용이나 수행평가 내용이 나열식으로 기록하기도 한다. 들려줄 말이 있는 학생 위주로 기록한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교사들이 모든 학생의 학생부에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이 경우 각각의 학습 태도, 열정 등이 드러나지 않아 학생 개인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돋보이는 기록, 무조건 유리? = 세특에는 수업 중 학생의 모습을 담는데 주로 수행평가나 탐구활동 내용이 많다. 최근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의 자율·동아리·진로 활동에도 탐구보고서 등의 개별 활동을 기재하는 사례가 늘었다.
장한별 서울시립대 선임입학사정관은 “현재 학생부의 변별 지점은 전반적인 짜임새”라며 “세특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부분이고 요즘은 자율·동아리·진로활동도 많이 부각된다”고 말했다. 장 사정관에 따르면 세특에 미처 담지 못한 학생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들 영역에서 드러내 보이는 식이다.
예전에는 창체에 학교의 집단활동이 기재돼 있었던 반면 요즘은 학생마다 개별화된 활동을 기록한다. 기록에서 학생의 주도성이 드러나고 교사의 관찰기록이 정교하면 눈여겨보게 된다.
반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교육과정 그대로 복사하듯 담긴 경우는 아쉬움이 크다. 개별적인 학생의 모습을 파악하기 어렵고 학교의 교육과정만 남기 때문이다.
대입 선발과정에서 볼 수 있는 학생부 기록이 대폭 축소되면서 일찌감치 세특의 중요성이 부각돼서 인지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세특이 상향평준화됐다고 말한다. 다만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학생부 기록과 실제 학생의 모습이 차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주의를 당부한다.
장 선임입학사정관은 “학생부의 중요성이 강조되다 보니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요구 등으로 기록이 부풀려지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이런 경우는 심층 면접에서 거의 드러난다”고 말했다.
학생부 내용을 파고들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질 때 답변을 하지 못하는 학생이 종종 목격되는데, 기록과 달리 활동에 충실하게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임입학사정관은 “면접을 보면 학생이 고교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동아리 활동에서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참여한 학생과 수동적으로 참여한 학생은 답변의 질이 확연히 차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예과 신입생을 둔 한 학부모가 전하는 사례다. “자유전공학부를 염두에 뒀다가 고3이 되면서 의대 진학을 결정했다. 학생부에 의대 관련 내용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다. 한데 예상과 달리 학업 성적으로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 1차 서류 평가만 통과하면 오히려 면접은 준비하기 좋겠다는 조언을 들어 놀랐다. 알고 보니 다른 의대 지망생은 복잡하고 어려운 탐구 보고서를 많이 기재해 면접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진로 역량이 드러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교내 오케스트라 등 학교활동에 충실하고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던 점을 좋게 평가받았다.”
◆면접에서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 학생부는 말 그대로 학교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대입 서류평가에서 거의 유일한 자료로 활용되면서 그 역할이 확대됐고 위상이 높아졌다. 그렇다 보니 학생은 교과별로 탐구활동을 해야 한다는 피로감을, 교사 역시 특징 없는 활동도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학생부를 원한다면 대학이 학생부를 어떻게 살피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부 종합전형 가이드북’이나 대학 설명회, 모집 요강 등을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대학은 학생부 기록에서 학생의 학습과정과 학업 태도·역량을 확인한다.
장 선임입학사정관은 “예전에는 학생마다 학생부의 양이 달랐지만 지금은 수상실적, 봉사기록 등이 미반영 되고 모든 과목, 모든 학생의 세특이 기록되는 만큼 양적 편차는 없어져 대학 입장에선 그만큼 질적평가가 어려워졌다”며 “창체에 탐구보고서가 들어가는 사례가 늘었는데 창체도 학교활동인 만큼 있는 그대로 평가한다. 세특과 창체 기록의 평가 비중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학생부 기반 면접에서 면접 문항을 어떻게 출제할까? 이 책임입학사정관의 조언이다. “학생부에서 학생의 관심 분야를 눈여겨보고 관련 내용을 질문한다. 또한 ‘~을 발표했다’ ‘~을 실험했다’는 내용이 있으면 어떻게 탐색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질문한다. 또한 주의할 점은 면접은 말을 잘하는지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솜씨가 유려해도 내용이 빠져 있고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반면 단답형에 가깝게 대답하더라도 질문에 대해 정확한 개념어로 답한다면 괜찮다.”
◆실력 이상으로 꾸미려 하지 말아야 = 대학은 학생부에서 면접 질문을 도출할 때 먼저 고교 교육과정을 확인한 후 학생이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해당 과목을 수강하고 활동했는지를 살핀다(표). 이후 교사의 평가 내용을 확인하고 개별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검증 질문을 만든다.
백상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는 “교육청 차원에서 모의면접을 시행하는, 참여 학생의 학생부를 검토해 문항을 만든다”며 “다수의 학생부를 확인, 면접을 해보니 3학년 활동에서 1학년으로, 과목도 넘나들며 질문하면 대답을 못하는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장학사는 “제대로 탐구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단기간에 면접을 준비하긴 힘들다”며 “학기 중 한두 개의 깊이 있는 보고서나 활동이 있다면 충분하다. 대학도 고교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어 폭넓게 공부하다가 관심 있거나 흥미 있는 분야를 깊이 판 T자형 인재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또한 “대단한 탐구 보고서 기록이 없어도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해서 실력 이상으로 꾸미려 하지 말고, 충실하고 진실한 활동과 기록으로 당당하게 검증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기수 기자·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