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빌라왕’ 배후 컨설팅업자 징역 8년 확정
무자본 갭투자로 보증금 80억원 편취
대법 “사기죄 법리 오해 잘못 없어”
대규모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강서구 빌라왕’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에 대해 중형이 확정됐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강서구 빌라의 전세사기를 도와 80억원을 편취한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강서구 빌라왕 사건의 핵심 배후자인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컨설팅업체를 이용해 ‘강서구 빌라왕’에게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이라고 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임대차계약과 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 중 일부를 매매대금으로 건축주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리베이트 명목으로 빌라왕 등과 이익금으로 분배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임차인 37명을 속여 보증금 80억3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75%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20~30대로, 피고인은 임대차 보증금이 당연히 반환될 것이란 이들의 신뢰를 이용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이익을 취했다”며 “범행 가담 정도를 비춰봤을 때도 공범에 비해 죄질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과 같은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자를 소개하는 사람이 없다면 애초에 성립하기가 어렵다”며 “설사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체 범행에서 피고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로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8년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공범들 사이에 모의 과정이 없거나 일부는 서로 직접적인 연락을 한 바가 없어 당사자로 나서지 않았더라도 공모 관계에 따라 경제적인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거래 구조를 형성해 임차인 피해자들로 하여금 (계약을) 체결 후 보증금을 지급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8년을 최종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사기죄에서 고지 의무나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