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원내대표도 ‘이심전심’…“이재명과 호흡 맞아야 ”
원내대표, 박찬대 선언 후 친명계 불출마 선회
국회의장, 조정식·추미애·정성호 ‘명심 경쟁’
4.10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구성을 앞둔 가운데 후보군의 ‘명심(이재명의 마음) 경쟁’이 치열하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가 ‘이재명 대표와 투톱 국회’를 강조한 가운데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다선의원들도 이 대표와의 호흡을 강조하고 있다. 당은 물론 국회까지 ‘이재명 원톱 체제’가 확장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오는 5월 3일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24일 당무위를 열고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25일부터 양일간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이어 26일 후보자 기호 추첨, 30일 후보자 합동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는 박찬대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아직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유력한 경쟁자로 거론됐던 김민석 의원은 지난 2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자로 분류됐던 서영교 김병기 김성환 등 친명계 의원들도 잇따라 불출마로 입장을 선회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원내수석을 지낸 박주민 의원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낸 한병도 의원이 후보군으로 꼽히는데 아직 공식선언은 없는 상황이다.
박찬대 의원은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체제로 개혁국회, 민생국회를 만들겠다”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찐명’(진짜 이재명계) 후보 등장 이후 친명계는 내부정리 작업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서영교 의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했는데 최고위원을 비우는 것은 당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 판단했다”면서 “원내대표에 대한 생각은 다음으로 연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불출마 선언 후 김성환 김민석 의원 등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친명계 내부의 교통정리로 해석됐다.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 가운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의원들도 “이번은 아닌 것 같다”며 의사를 접었다. 이 대표의 의중이나 친명계 내부의 입장이 정리된 상황에서 무리해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박찬대 의원의 추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내대표뿐 아니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놓고 민주당 다선의원들의 ‘명심 경쟁’도 뜨겁다. 22대 국회에서 6선 의원이 되는 조정식·추미애 의원과 5선의 정성호 의원이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또 5선에 성공한 김태년·안규백·우원식·윤호중 의원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정동영 당선인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추천에 앞서 기존 재적의원 다수결에서 과반 득표로 강화하고 결서투표도 도입하기로 내부 규정을 바꿨다. 당과의 일체감을 높여 의장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뜻이다. 후보군도 ‘선명성’을 강조하며 민주당과의 호흡을 제1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혁신국회’를 강조하며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은 “민주당 출신으로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토대를) 깔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의원은 “다수당인 민주당과 호흡을 맞춰 민의를 구현하라는 것이 총선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민주당과 호흡을 맞춰 현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탈중립 선언’ 대열에 잇따라 합류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의 법안이 잇따라 좌절된데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함께 민주당 소속 의장이 ‘기계적 중립’ 입장을 취하면서 빚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민주당 후보군들은 여야 합의가 지연될 경우 의장 직권으로 안건처리를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도 총선결과와 관련해 “야당에게 압도적 과반의석을 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 한다”면서 “22대 국회는 21대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무소속 국회의장’이란 제도가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적 균형감을 주문하는 상징이란 반론이 있지만 당장은 민주당의 선택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당 안에선 원내대표·국회의장 후보군 모두 이재명 대표와의 일체감을 강조한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대표직 연임을 전제로 한 입장표명 아니냐는 것이다. 한 재선의원은 “총선 이후 이 대표가 당무와 정책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정책위의장을 새로 선임했다”면서 “정무직 당직 공백을 우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대표직 연임에 대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의원은 “정권을 확실하게 견제해 국정을 바로잡고 민생 현안을 지체없이 추진하라는 것이 총선 민심”이라면서도 “국회 운영을 마음대로 하라로 해석하면 큰 일 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