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이어 서울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희연 교육감, 시의회에 “재의 요구 검토”
충청남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다. 이를 반대해온 인권·시민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재의요구를 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는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불참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주도했다. 표결결과는 재적인원 60명, 찬성 60명, 반대 0명이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서울 등 6개 지역 교육청에서 제정됐다. 주로 학생이 성별이나 성적 종교 나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권리를 침해당한 학생은 교육청에 상담이나 조사를 청구할 수 있다.
학생을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교권침해에 악용된다며 일선 교사들의 거부감은 컸다. 크고 작은 잡음이 있다가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폐지 여론에 힘이 실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과도하게 학생 권리만 부각한 학생인권조례 제정 강행이 자초한 결과”라며 조례폐지를 환영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포함된 ‘서울학생인권지키기공대위’는 “학생인권이 버릇없는 학생을 만든다는 궤변이 국민의힘 시의원들에 의해 대변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운동네트워크는 “유엔인권기구에서도 우려를 한 조례 폐지안을 단 60명의 국민의힘 시의원이 가결시킨 것은 의회 폭거”라면서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됐지만, 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폐지할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혐오와 차별 조장”이라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의결된 후 기자들과 만나 “재의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교실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배움의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