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주1회’ 정기휴진 시작
정부 “의료 대란은 없을 것” … 의사단체 ‘정부 압박 수위’ 높아져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이어 ‘주 1회 정기휴진’을 시작한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은 자율적으로 참여한다는 전제하에 이번 주부터 일제히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서울대학교병원(분당·보라매 포함)과 세브란스병원(강남·용인 포함) 교수들은 이날 휴진한다. 다만 응급·중증 환자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된다.
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상국립대 의대·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이날 휴진을 결정했다.
◆‘휴진’ 전국으로 확산 중 =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주 금요일인 다음달 3일 진료과별 상황에 맞춰 일반 환자 진료와 수술을 멈춘다. 이는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 포함)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서울성모병원과 대전성모병원은 다음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멈춘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진료와 수술이 없는 날을 골라 하루 쉴 예정이다. 앞서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에게 “주 52시간 근무 시간을 지키되 근무시간 초과로 피로가 누적된 교수는 주 1회 외래나 수술 등 진료 없는 날을 휴진일로 정해 휴식을 가져 달라”고 권고했다.
건양대병원 교수들도 다음달 3일 휴진일로 정했다. 지난 5일부터 이미 매주 금요일 휴진을 해온 충북대병원은 이번 주 금요일에도 마찬가지로 휴진한다.
교수들의 휴진은 각 의대 교수 비대위 차원에서 결정하고,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동참 여부를 선택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휴진 확대 여부 분수령 = 정부는 교수들이 휴진에 들어가더라도 의료 현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의대 교수의 사직 혹은 휴진에 따른 추가 인력 파견 계획을 설명하면서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의료대란 수준의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또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을 병원에 3차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현장 경험 자체가 크게 부족한 ‘일반의’인 공보의와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인 군의관이 교수를 대신해 진료를 보거나 수술에 투입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에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은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의사단체 대응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은 정부가 증원을 확정·발표하면 휴진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총회를 열고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할 경우 휴진 기간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주 1회인 휴진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교육부가 향후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 증원이 되돌릴 수 없게 되면 병원을 떠나가는 교수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북 원광대 의대·원광대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말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29일 단체로 의대학장에게 사직서를 냈다.
다음달 1일 공식 취임하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 당선인은 지난 28일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휴진하는 교수들과 학생·전공의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9시부터 서울대병원 등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연다.
◆회원에 법률서비스 제공 강화 = 이런 가운데 의협은 임 회장과 강대식 상근부회장을 포함한 부회장 8명으로 새 집행부를 구성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이 당연직으로 정책이사를 맡는 등 총 27명의 이사가 선임됐다.
특히 이번 집행부는 회원 대상 법률서비스를 로펌 수준으로 강화하고자 통상 2명 수준이던 변호사 출신 법제이사를 4명으로 늘렸다. 이는 정부가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사직, 진료 축소 등 집단행동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행부는 “과학적 근거와 예측을 토대로 현안을 해결하고, 국민과 회원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뢰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겠다”며 “무엇보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비극적 사태가 불러온 각박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집행부는 다음 달 2일 첫 상임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