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민주당 회동'협치' 기대감
서울지역 당선인 초청 공관에서 오찬
갈등사안 많지만 민생입법 협력 주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 당선인들과 만난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지난 4.10 총선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서울지역 당선인들을 시장 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갖는다고 30일 밝혔다.
참석자들은 서울시당 위원장과 당직을 맡은 국회의원들, 초선 당선인들이다. 초선 의원은 곽상언 이정헌 김남근 한민수 김동아 박민규 의원 등이다. 당직자는 김영호 서울시당 위원장을 비롯해 이해식 오기형 윤건영 이용선 김영배 의원이 참석한다.
당을 떠나 서울시장이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시 현안을 두고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거나 지역 사업을 위해 서울시 협조가 필요한 경우 만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총선 직후 10명 이상의 의원들과 동시에 오찬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모임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꺼번에 10명 이상 국회의원들과 만남을 진행하는 건 상징성이 있는 것”이라며 “의도했던 안했던 정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줄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동 성사는 반길 일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모임을 둘러싼 환경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의 입법 행보는 걸림돌이다. 최근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와 서울사회서비스원 지원 조례를 폐지했다. 앞서는 교통방송 TBS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야당이 반대하는 사안들이다. 회동 참석자 가운데 김영배 의원은 민주당이 설치한 서울시바로잡기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이날 회동이 현안에 대한 양측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서울시 안팎에선 모처럼 마련된 여야 만남 자리를 협치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앞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2년만에 열린 것도 ‘협치’ 바람을 이어갈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입법 협력이 좋은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울시는 현재 시 사업·정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약 20개 가까운 법안의 개정을 국회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 중에는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도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국비 지원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보안관들에게 특별사법경찰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태다. 지방세특례법을 개정해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제안도 국회에 올려져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세금 부담을 덜어줘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법 협력이 협치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가 개정을 추진하는 대다수 법안이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이른바 ‘민생 법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한 서울시의원은 “지하철 보안관 사법권 부여,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은 야당이 찬성할 뿐 아니라 되레 먼저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내용”이라며 “정쟁 상황만 아니라면 다툴 필요가 없는 민생 사안들”이라고 말했다.
협치의 불씨가 이어지려면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식에 얽매여 의례적 대화만 나누거나 당의 입장을 대변해 갈등만 증폭할 경우 간신히 불고 있는 협치 바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원 3선을 지낸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민들 눈에 안 띄게 서로 만나 지역 현안 혹은 서울시 사업 협조를 두고 이른바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잦았다”면서 “밀실협상보다 공개된 자리를 통해 수시로 만나야 하며 당의 입장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싸우지 말고 서울시민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