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지원’ 부담 커진 중국 은행들 1분기 실적↓
정부지시에 대출금리 낮춰
대부분 은행들 실적 감소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부문과 지방정부에 대한 자금줄 역할을 해오고 있는 중국의 대형은행들이 올해 1분기 무더기로 순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29일 블룸버그는 중국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이 마진 축소가 지속되면서 1년여 만에 분기 이익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공상은행은 29일 거래소에 제출한 서류에 1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2.78% 감소한 877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자마진(NIM)은 2023년 말 1.61%에서 1.48%로 떨어졌다.
중국공상은행과 함께 중국농업은행도 올해 1분기 이익이 1.6% 감소했다. 이 두 은행은 2022년 4분기에 마지막으로 이익 감소를 보고한 바 있다. 두 은행의 이번 실적 감소는 10여년 전 홍콩에 상장된 이후 첫 1분기 실적 하락이다. 1분기는 보통 대출이 급증하는 시기다. 이번 실적 하락은 대출 성장세 둔화, 마진 축소, 수수료 수입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대형은행인 중국은행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560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건설은행의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868억위안을 기록했고, 순이자마진은 2023년 1.7%에서 1.57%로 축소됐다.
중국 은행들은 장기간의 압박으로 마진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년 동안 은행들에 대출금리를 낮추고 현금이 부족한 부동산 부문과 지방 정부를 포함한 지역에 대한 대출 지원을 강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
또다른 은행인 중국농업은행의 1분기 이익은 704억위안으로 감소했다. 순이자마진은 2023년말 1.6%에서 1.44%로 줄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2%로 떨어졌다. 1분기 순이익이 증가한 은행도 일부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성장률은 아니었다. 26일 발표에 따르면 중국교통은행은 1분기 순이익이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상업은행은 지난해 총이익이 3.2% 증가했는데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올해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분위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기업 및 가계 부문의 수요 감소로 인해 은행 대출 증가율이 2023년 11%에서 2024년에는 한자릿수 후반대로 둔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이 허리띠를 졸라가며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3월에도 중국의 주택 판매 부진은 계속되고 있는 것. 신규 주택과 기존주택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주택 가격 하락세가 심화되면서 부동산 부문의 반전 흐름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애널리스트 프란시스 챈은 중국 정부가 대형은행에 대출금리를 계속 인하하도록 압박해 마진을 더욱 약화시키고 이익 증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