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기업 보험시장 ‘미성숙’
주요국 중소기업 보험시장 비중 60%, 한국은 34%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중소기업 보험시장은 기업성 보험시장의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의 낮은 리스크 관리 인식과 보험료 부담 등으로 인해 저조한 보험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낸 ‘국내 중소기업의 리스크관리와 보험가입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손해보험 영역에서 중소기업 보험시장은 기업성 보험의 34.2%로 추정됐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 보험시장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성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연구는 공장을 보유한 제조업종 중소기업 1001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정성 조사를 통해 이뤄졌는데, 국내 중소기업 기업성 보험시장은 적립보험료를 주요 구성요소로 하는 장기보험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특징을 보였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이 가입하는 주요 보험 중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보험상품이 장기재물보험과 장기단체상해보험”이라면서 “이 중 장기재물보험시장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추정됐으며 장기단체상해보험의 경우 생명보험회사가 주요 보험공급기관 중 하나”라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 보험시장 중 기업성 일반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일반손해보험 보험료(9조7000억원, 2022년 기준)의 29.9%인 2조9000억원,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단체상해보험 제외 시 18.4%,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설문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보장 공백 수준을 조사한 결과 제조업종 중소기업은 재물보험(82.2%)과 단체상해보험(39.1%)을 제외하면 주요 보험종목에서 낮은 보험가입률을 보였다. 기업성 보험종목 중 가입률 10%를 상회하는 것은 제조물배상책임보험(14.3%), 근재보험(13.2%), 영업배상책임보험(11.4%)에 불과했다.
나머지 보험종목들은 0.3~6.9%의 분포를 보였다. 재물보험의 특약 가입률 분석은 배상책임특약을 제외하면 풍수해특약(10.3%), 동산특약(5.5%), 기업휴지특약(3.8%) 등이 모두 낮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낮은 보험가입률은 중소기업의 ‘낮은 리스크관리 인식도’ 및 ‘보험료 부담’과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 중 리스크관리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고 본 비중은 30.8%에 머물렀고, 리스크 측정 활동 수행 비중(26.2%), 리스크 예방 활동 수행 비중(24.3%)은 이보다 낮았다.
중소기업들이 화재보험 이외 보험가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비중은 25.4%에 불과했다. 보험 미가입 사유를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58.9%(복수응답 기준)가 보험가입 필요성이 있으나 보험료 지출이 경영에 부담돼 보험가입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보험담당자 및 판매채널 대상 정성조사에서 나타난 공통 의견은 중소기업 보험 미가입의 핵심 원인이 보험료 부담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소기업 보험가입 행태의 변화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보험가입률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험료 지원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중소기업의 잠재 보험 수요가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보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연구와 중소기업 보험시장 확대를 위한 보험공급기관의 마케팅 전략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