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이 아세안에 가져온 ‘나비효과’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감 확산
인니, 말레이 진출 미기업 타격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소비자들이 지난 10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시작된 이후 미국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기피하고 있다. 스타벅스, KFC, 피자헛을 포함한 브랜드들은 전쟁에 대해 중립을 강조했으나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워싱턴의 지원 때문에 표적이 되고 있다. 또 제너럴 애틀랜틱과 CVC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의 수백만 달러 지분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4월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제너럴 애틀랜틱은 지난해 12월 스타벅스 운영사인 맵 보가 아디페르카사의 지분 20% 매각을 일시 중단했다. 시가총액이 2억 8500만 달러이며 인도네시아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운영업체 중 하나인 맵 보가 아디페르카사의 지분은 약 5400만 달러로 평가된다.
제너럴 애틀랜틱 전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매출이 감소하고, 확장 계획이 축소되고, 매장 직원들이 피해를 입고, 보이콧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 기회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CVC 캐피털 파트너스도 보이콧으로 인해 KFC와 피자헛의 국내 운영사인 말레이시아 QSR 브랜드의 지분 21% 매각을 중단했다.
이처럼 글로벌 사모펀드 그룹들의 지분 매각 동결은 무슬림 인구가 2억5000만명에 달하는 이 지역에서 보이콧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FT는 보도했다.
자문그룹인 알레테이아 캐피털의 소비자 및 인터넷 책임자인 니르구난 티루첼밤은 “식음료 브랜드에서 뷰티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 보이콧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실질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브(Dove) 퍼스널 케어 제품과 크노르(Knorr) 스톡큐브를 만드는 유니레버는 지난 2월 보이콧의 결과로 2023년 4분기 인도네시아 매출이 15%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은행 BCA 세쿠리타스 애널리스트 칼리스타 무스키타에 따르면 중저가 브랜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피자헛은 인도네시아의 일부 매장을 ‘리스토란테(Ristorante)’로 리브랜딩했는데 이는 불매운동의 영향을 무디게 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무스키타는 그런 시도가 극히 제한적인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운영사인 맵 보가 아디페르카사의 지분 79%를 소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소매업체 미트라 아디페르카사는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당초 올해 100개의 식음료 매장을 열 계획이었으나 보이콧으로 인해 그 절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스타벅스 프랜차이즈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나라에서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버자야 푸드는 지난달 2023년 4사분기 실적으로 426억 링깃의 순손실을 보고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355억 링깃의 순이익과 비교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