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 주도 경제’ 전환…관건은 ‘여성’
여성 구매력·주도권 커져
중국이 기존의 정부 주도의 투자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민간 소비 중심의 성장 모델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경제’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많은 중국 여성들이 향상된 교육과 더 나은 재정능력, 다양한 생활 방식으로 ‘쉬코노미’(she economy: 여성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소비 의존도 높은 성장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소득 기대치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202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인 중국의 ‘쉬코노미’(she+economy: 여성경제)는 약 4억3300만명의 노동 연령 여성 인구가 뒷받침하고 있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중국 여성들은 개인 소비와 가족 구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징둥닷컴이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여성 소비자의 지출 증가율은 남성보다 5.51%p 더 높았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왕 케이유 디렉터는 “여성 소비자가 중국 전체 소비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들의 엄청난 구매력뿐만 아니라 점점 커지는 주도권과 소비 활력을 자극하는 능력에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각종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 ‘비필수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이자 독립 논평가인 선지아커는 이러한 추세의 주요 원인은 여성들이 자신을 가꾸는 데 대한 인식이 높아진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근 몇년 동안 기혼 여성들 중 상당수가 자녀를 위해 사용하던 돈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은 “어떤 여성은 과거에는 가족 지출의 70%를 자녀에게 썼지만 지금은 30%만 자녀에게 쓰고 나머지는 자신을 위해 저축한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여성들이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소비에 있어 더욱 독립적으로 변하는 것은 분명한 추세라고 밝혔다.
왕 디렉터는 중국 여성들이 옷과 화장에 대한 전통적인 선호도 외에도 자동차, 게임 등 전통적으로 남성이 주도하던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구매자는 정교한 전자기기, 센서,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포함한 스마트한 구성에 더 관심이 많고 남성보다 예산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골드만삭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더 많은 여성이 과거에 남성이 지배적이었던 역할에 진출하면서 중국의 ‘여성 경제’가 세계의 다른 지역과 비슷한 추세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 붕괴와 급속한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중국 여성 소비 시장의 잠재력은 아직 완전하게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민텔의 월간 소비자 추적 수치에 따르면 성별에 관계없이 ‘선지출’ 및 ‘예산 초과’ 현상이 사라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에 있어 더욱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스트레스 해소 활동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소비하는 것보다 저축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질문에 남성(68%)보다 여성(64%)이 지출 의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샤오리성 거시경제학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더 자유롭게 소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 증가와 고용 시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가 안정화되는 과정에 있지만 이러한 안정화에는 여전히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소득 증가도 마찬가지”라면서 “더 많은 소비 여력이 풀리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