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자 공약집 무료 배포 “기부행위”
대법, 벌금 150만원
“자금력 영향 우려”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공약집을 무상 배부한 낙선자가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군수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A씨는 다른 이들과 공모해 예비후보자 공약집 614부를 상가나 주택의 우편함에 넣거나 자동차 와이퍼에 끼워두는 등 선거구 내에서 무상으로 살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생산한 수제비·냉면 등을 시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사실상 기부한 혐의도 받았다.
공직선거법은 원칙적으로 후보자가 어떤 형태로든 기부하는 것을 금지한다. 선거 예비후보자가 공약집을 발간·배부할 땐 규정에 맞게 발간해 신문·잡지·우편물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하는 것만 허용한다.
A씨는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기부 행위의 대상에 공약집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단,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 중 예비공약집 배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사는 A씨가 공약집 무료 배포를 ‘지시’ 했다고 봤는데, 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본인의 지시 혐의는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2심도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 검사가 ‘지시’가 아닌 ‘공모’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한 결과, 해당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해 벌금 150만원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예비후보자공약집은 예비후보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할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며 “이를 무상으로 배부하게 되면 자금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우월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므로 결국 후보자의 자금력이 유권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