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이용시설 실·내외 전체 흡연금지 ‘합헌’
헌재 “비흡연자,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할 권리 커”
실외 공간을 포함해 공중이용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8항 중 제4항 16호에 대한 청구인 A씨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청구인 A씨는 2019년 10월 금연구역인 부산 벡스코 광장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해운대구 보건소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A씨가 이의를 제기했으나 부산지법은 2020년 10월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는 약식재판 결정을 했다. A씨는 또 다시 이의신청을 했지만 2021년 11월 정식재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A씨는 즉시항고를 했으나 2022년 2월 기각됐고 재항고했으나 같은 해 8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됐다.
A씨는 과태료 처분의 근거가 된 국민건강증진법 조항(제9조 제8항 중 제4항 제16호)에 대해 흡연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며 2022년 7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 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 건축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되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A씨는 “실외나 그와 유사한 구역은 실내와 비교해 담배 연기가 흩어지므로 실내보다 간접흡연 피해가 작아 이 공간 모두를 금연 구역으로 설정하고 금연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흡연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결정했다.
간접흡연을 원하지 않는 사람을 보호할 필요성이 흡연자의 자유로운 흡연 보장 필요성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헌재는 “실외 또는 실외와 유사한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심판 대상 조항이 규율하는 공간과 같이 공중 또는 다수인이 왕래할 가능성이 높은 공공장소의 경우 그 위험이 더욱 크다”고 전제했다. 이어 “따라서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에 대해 예외 없이 금연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심판 대상 조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흡연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흡연자의 흡연할 권리보다 비흡연자를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도 했다.
헌재는 “특정 장소에 한해 금연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흡연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지는 않다”며 “흡연자는 일정 공간에서 흡연을 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입지만, 간접흡연을 원치 않는 사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흡연자의 자유로운 흡연을 보장할 필요성보다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