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협상하면서 검문소 장악
라파 지상전 초읽기 … "인질 석방 없을 것" 하마스는 반발, 미국은 중재에 진땀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인질 석방은 없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은 하마스 휴전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라파 지상전을 막고, 휴전 협상을 타결하려던 미국도 난처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협상이 재개 됐다’면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협상 재개 사실을 확인한 뒤 “양측 입장에 대해 면밀히 평가해 보면 양측이 남아있는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우리는 그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의 근거에 대해 커비 보좌관은 “(협상안의) 수정안들이 제안됐고, 거기 담긴 내용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바탕한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군이 7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데 대해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고한 전면적인 침공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로부터 가자지구로 무기와 자금을 밀반입하려는 하마스의 역량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된 범위와 규모, 시간의 작전이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은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이 방해받지 않고 흘러 들어 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아침 401기갑여단이 라파 국경검문소의 가자지구 쪽 구역에서 작전 통제 중이라고 밝혔고, 검문소 장악 과정에서 20명의 무장 괴한을 사살하고 3개의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집트에서 출발하는 라파 검문소와 이스라엘에서 가자로 향하는 또 다른 주요 검문소인 케렘 샬롬 검문소의 폐쇄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구호 흐름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가자 남부로 인도적 지원 물자가 들어가는 두 통로인 라파 검문소와 케렘 샬롬 검문소가 실질적으로 봉쇄된 상황에 대해 “닫힌 검문소들은 열려야 한다”며 “그것들이 봉쇄된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케렘 샬롬 검문소를 내일(8일) 재개방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전면전을 벌일 경우 미국에 통보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분명히 이스라엘은 그들의 작전에 대해 말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매우, 매우 분명하게 말하건대 우리는 라파에서 중대 작전이 이뤄지는 것을 보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스라엘이 피난처를 찾아 라파에 온 가자지구 민간인 100만~150만명을 보호하는 데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보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집트로 파견한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막후 조율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 의지를 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이스라엘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가는 일부 무기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는 미 언론 보도도 잇달아 나왔다.
한편 중재안을 수용키로 했던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라파 검문소 장악에 격분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계속된다면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군사 작전이 소풍이 될 수는 없다”며 하마스가 동의한 최근 휴전 제안은 “우리 민족과 저항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은 이제 네타냐후 쪽으로 넘어갔다”며 “라파 국경은 온전히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사이의 국경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휴전안 수용발표가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되레 비난했다. 그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하마스의 휴전 제안은 라파 진입 작전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하마스의 제안은 이스라엘의 요구와는 아주 멀다”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사악한 가자지구 통치 복원과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 군사력을 복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휴 총리는 “이스라엘은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팀에 인질 석방 및 안보에 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협상보다 라파 진격을 통한 하마스 소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