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헌신’ 지방의료원 적자 눈덩이
최근 병상가동률 ‘절반’ 지자체 고심
정부 지원 쥐꼬리, 지방비로 메워야
전국의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코로나19 이후 병상가동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적자 누적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지원은 쥐꼬리여서 지방의료원 적자는 고스란히 지방재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9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지자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의료원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부산의료원에 154억원의 출연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의료원 출연금 증액 타당성 검토결과를 통해 확정된 금액이다. 6월에 있을 1차 추경에서 확정되면 본예산에서 확정된 60억원과 합쳐 올해 부산의료원에 지급할 출연금은 총 214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 평균 50억원 가량을 지원하던 것에 비하면 160억원 가량이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부산시의 출연금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 종료 이후에도 정상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부산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2019년 81.7%였지만 현재 43%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경상수지는 2019년 12억원 흑자였지만 지난해는 17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의료원의 자금 유동성 악화로 인한 부채상환 및 심각한 경영난 극복을 위해 운영비 등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산시만의 고민이 아니다.
단일의료원으로선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서울의료원은 부산보다 더 많은 적자가 쌓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는 적자를 감안해 지난해 80억원보다 60억원 더 많은 146억원의 보조금을 올해 본예산에 편성했다. 그럼에도 적자가 누적되며 운영난이 심각한 상태다. 서울시는 추경에서 적어도 부산보다 더 많은 지원을 검토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6개 지방의료원이 소재한 경기도는 고민이 더 크다. 경기도가 예상하는 6개 의료원 적자 규모는 400억원대로 추정한다. 이천병원을 제외하고는 코로나19 이전 80%대이던 병상가동률이 절반 정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4개 의료원이 소재한 충남도에서도 올해 결산 기준 300억원 정도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3개 의료원이 소재한 경북도 마찬가지다. 김천의료원이 80%까지 병상가동률이 올라왔지만 포항의료원과 안동의료원은 아직 절반 수준에 머무르며 100억원 이상 적자가 누적됐다.
문제는 지방의료원 정상화까지는 앞으로 최소 3~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존 환자들이 타병원으로 전원함에 따라 지방의료원의 정상화에는 최소 4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지방의료원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에 지급하기로 한 경영혁신지원금은 876억원이다. 경영혁신을 명목으로 각 지방의료원마다 지급하는 지원금인데 병상수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눠 11억원에서 32억원까지 차등지급할 예정이다. 이마저 국비와 지방비가 5대 5인 매칭지원이다.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지방의료원 적자 규모에 비하면 쥐꼬리라는 불만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헌신한 지방의료원 적자를 모두 지방비로 메워야 하는 것은 무리다”며 “줄기차게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국가와 지방간의 신뢰문제”라며 “향후 제2·제3의 감염병 위기상황이 왔을 때 지자체들은 지방의료원의 전담병원 전환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