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4곳 중 1곳은 ESG경영 정보 미공시
2026년 이후부터 의무화
장기수익성 제고 위해 필요
석탄발전투자 여전히 높아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국내 보험회사들이 ESG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손해보험협회 월간손해보험 최신호에 실린 ‘보험회사의 ESG 경영이 기업의 위험 및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이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대한 공시의 의무화가 시행되는데 국내 보험사 중 약 25%는 현재 자사의 ESG 경영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24개 보험사 중 생명보험 2개사, 손해보험 4개사로 총 6개사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주로 중소형 보험사에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발간에 수억원 이상의 높은 비용이 소요되고 아직 발간이 의무화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SG 경영이란 기업이 환경(E) 및 사회(S)에 초래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배구조(G) 효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가치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활동을 뜻한다.
보험산업에서도 ESG 경영이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 위험관리 및 안정적 고객 확보 등 보험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보험사들은 ESG 관련 위험을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기후 변동이나 대규모 자연재해의 발생은 이와 관련된 위험을 인수한 보험회사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훼손은 각종 질환이나 전염병 확산 등을 유발해 건강보험의 손해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근로안전보장, 공급망 관리, 고객정보의 보호 등 사회적 위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이와 관련한 배상책임보험 등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기업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존재한다면 경영자의 부당행위에 대한 소송 증가로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험금 청구가 급증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발간은 기업이 ESG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전략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기업과 투자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시켜 자본비용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향후 보험사들은 자사의 사회책임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발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보험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ESG 경영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보험사들은 ESG 위원회 등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다양한 관련 활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석탄발전에 대한 보험산업의 투자 비중이 큰 것이 그 예다.
2022년 6월 기준 국내 보험회사의 석탄금융 잔액 규모는 15조1000억원(생보사 8조5000억원, 손보사 6조6000억원)으로 전체 민간 부문 석탄금융(20조8000억원)의 약 73%(생보 31.8%, 손보 41%)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석탄금융 투자는 주로 투자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보험사들은 석탄발전소 관련 건설보험 인수는 중단했지만 운영보험은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ESG 경영과 배치되는 보험사의 단기수익 추구 현상으로 인한 것으로 국내 보험산업에서 ESG 경영과 관련해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