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의 권리금 계약서 작성은 불법”
대법,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확정 … 행정사법 위반
공인중개사가 행정사 자격 없이 권리금 계약서를 써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은 행정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동산임대차계약 중개 외에 권리금 계약서 작성을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의미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공인중개사인 A씨는 2020년 8월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부동산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의 권리금 계약서인 ‘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5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행정사법은 행정사가 아닌 사람이 타인을 대리해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며 유죄로 판단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매매 및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나, 권리금 계약은 공인중개사 업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A씨는 행정사 업무에 대한 모호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로 정하고 있는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가 행정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무상으로 권리금 계약과 임대차 계약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도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한 경우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되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면소 처분을 받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행정사법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