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드라이브스루에 교통유발부담금”
혼잡시설, 법적 근거 마련해야
국토부 용역결과 3년째 책상속
지자체들이 도심 내 대표적 교통혼잡 시설인 드라이브스루 매장들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용역까지 마쳐놓고선 3년째 손을 놓고 있다.
2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의 지자체들이 드라이브스루 매장들에 대한 제도개선을 국토부에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가 가장 적극적이다. 부산시는 최근 국토부에 공식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해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게 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을 개정해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해서는 교통유발계수 신설과 최소 연면적 1000㎡ 이상 규정을 삭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부산시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일종의 차량쇼핑공간이므로 건물 외 차량 통행 면적까지 포함시켜야 할 것도 요구했다.
부산시 내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64곳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지는 8곳에 불과하다. 교통유발부담금은 단위부담금(350원)과 교통유발계수(1.68)를 건축연면적과 곱해 산정하는데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서 정한 최소 연면적 1000㎡을 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000㎡가 넘는 8곳에 대한 부과액도 연평균 35만원에 그친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근린생활시설의 식품 취급 소매점으로 분류돼 있어 교통유발계수 자체가 낮아서다. 시는 지난 2020년 8월에도 같은 내용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서울시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현행법으론 전체 54개 드라이브스루 매장 중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은 5개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모에 비해 교통유발량이 많기 때문에 법으로 기준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국토부에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10월 아예 승차구매점으로 별도 항목을 신설하고 교통유발계수도 국토부가 정한 1.68보다 2배로 올리는 조례안을 개정했다. 그럼에도 최소 연면적 1000㎡ 기준에 걸려 전체 39개 매장 중 3개 매장만 부과대상이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한 지자체들의 고민은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 혼잡시 차선변경에 따른 교통안전은 물론 시민들의 보행안전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출·퇴근 시간 등 혼잡시간에는 차량 진·출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해 줄 것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또 드라이브스루 매장 신설 시 교통영향평가 의무화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도 국토부에 전달했다. 교통흐름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은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도로점용 허가가 나지 않으면 차량통행 자체를 할 수 없다.
70개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가진 대구시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다음달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한 안전계획수립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용역을 통해 일정한 안전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런 지자체 사정을 알고 용역까지 마쳤으면서 대책마련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국토부는 2021년 3월 ‘승차구매점(드라이브스루) 관련 제도도입방안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당시 과업지시서에 ‘새로운 영업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승차구매점에 교통 혼잡에 따른 적정한 법령제도에 대한 방안 마련이 미흡하다’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승차구매점의 책임성 강화를 부여할 수 있는 교통유발부담금의 부과기준 및 교통유발계수 상향 조정, 교통영향평가의 대상화 및 기타 법령 적용방안 등의 근거를 마련한다’고 했다. 용역결과는 2021년 말 제출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3년이 되도록 법령 개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용역에 제시된 다양한 정책안 중 교통영향평가에 대해서만 지침을 내린 상태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법제화 하지 않더라도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규모에 상관없이 조례를 개정해 교통영향평가를 받게 할 수 있다’고 지자체에 알렸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 이후 새로운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데다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도입을 신중히 하자는 것”이라며 “교통유발계수 신설과 최소면적제한 규정 등에 대해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