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체계·자구 심사를 하는 법사위원회 기능 신설에 나서자 시의원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일고 있다. 찬성하는 시의원들은 ‘조례 남발’을 이유로 자정작용을 강조하는 반면 ‘입법활동을 제약한다’며 반대하는 시의원들도 있다.

4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부산시의회 의원입법정책 수행의 효율성 제고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이 발의됐다. 전국 기초·광역 의회들에서는 첫 사례다.

이는 국민의힘 윤일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부산시의원 47명 가운데 과반이 넘는 시의원 24명이 찬성했다.

발의안은 시의원들의 효율적인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입법정책지원 인력을 통한 입법초안 작성 및 검토,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법제운영위원회 신설내용인데 ‘상임위원회에서 조례안의 심사를 마쳤을 경우 법제운영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현재는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면 바로 본회의에 회부되고 대부분 통과돼 왔다. 실제 1대부터 9대 의회까지 본회의에 올라와 부결된 안건은 총 7618건 중 단 4건에 불과하다. 이 중 시의원이 발의해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 1604건 중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단 1건도 없다. 상임위만 거치면 모든 조례안이 본회의를 무사통과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발의안이 제정되면 앞으로는 국회 법사위와 같은 법제운영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가게 된다.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은 ‘지나치다’며 반발한다. 한 시의원은 “의원 입법활동을 제약하는 조례라는 점에서 반발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옥상 옥 위원회라는 점에서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하는 의원들은 조례안 남발을 조례제정의 근거로 삼는다. 실제 부산시의회 조례안 통계를 보면 1대에서 9대까지 평균 시장은 200~300건. 교육감은 40~50건 내외의 조례안을 발의해 왔다.

시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도 5대까지는 비교적 적은 36건에 불과했지만 6대 182건, 7대 381건, 8대 563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9대 시의회도 지난 2년 동안 391건이 발의됐다.

대표 발의자인 윤일현 시의원은 “조례를 남발하면 제·개정이 되더라도 사업이나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우려가 많다”며 “과도한 입법경쟁에 따른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고려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을 다룰 부산시의회 임시회는 4일 개원해 오는 18일까지 열린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