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처음으로 광역의회에 국회 법사위원회 기능을 도입하려던 부산시의회의 시도가 무산됐다.

10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부여하려던 ‘부산시의회 의원입법정책 수행의 효율성 제고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4일 운영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의원입법정책조례안을 안건에 올렸지만 최종 심사보류시켰다.

운영위는 “매우 시의 적절한 조례”라면서도 “의정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지대한 만큼 공감대 형성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숙의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류의 가장 큰 원인은 시의원 내부 반발 때문이다. 조례안을 두고 시의회 내부에선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찬성쪽 시의원들은 “체계·자구 심사를 통해 내실 있고 실행 가능한 조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에 반대쪽은 “개별 입법기관인데 족쇄를 채우는 조례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한 시의원은 “두 번을 찾아왔지만 발의안에 서명 안 해줬다”며 “옥상옥 법안이라는 점에서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시의원들의 의견은 조례안을 다루는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에 전달됐다.

발의에 찬성한 시의원이 전체 47명 중 25명이라 과반 확보는 된 상태였다. 운영위원회 소속 시의원들도 전체 13명 가운데 8명이 찬성해 발의됐다.

하지만 반대 시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조례안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운영위는 회의 전에 사전의견을 조율해 토론 내용은 없이 조례안 심사보류를 결정했다.

이 조례는 국민의힘 윤일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법제운영위원회를 신설해 상임위를 거친 의원 조례안에 대한 체계와 자구 심사를 거치는 내용이다.

조례 발의의 목적은 과도한 입법경쟁으로 조례가 남발되고 있어 자정활동을 하기위해서다. 지방자치 이후 부산시의회 발의 법안은 지난 5월 말까지 총 1575건이다. 1991년 1대의희 이후 2014년 6대의회까지 240건이었던 의원조례안은 최근 10년간 1335건이 발의됐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