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재판지연’ 해결책 마련 시급하다
사법부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자주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 사법부가 제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재판지연으로 인해 국민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일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헌법 27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특히 선거사건의 경우 1심을 6개월 내에 끝내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넘기는 사례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이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정치인들이나 대기업 회장, 권력자들이 피고인인 경우 여러 수단을 동원해 재판을 지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사법부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재판지연’ 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하는 것이 사법부의 당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지난 연말 취임 때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이 ‘재판지연’ 해소책 마련이다. 이를 위해 사법부 자체적으로 마련한 방안이 각급 법원장의 재판 참여, 법관 사무분담 기간 장기화(재판장 2년→3년, 배석판사 1년→2년), 민사 제1심 단독관할 확대 실시(소가 2억원 초과→5억원 초과)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재판절차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
이런 해결책은 재판지연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추진했던 법관 증원(5년간 370명) 법률안은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더욱 큰 문제는 내년부터 판사 임용조건으로 법조경력 ‘5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법관 증원도 중요하지만 증원되는 자리에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변호사 경력 7년이 넘어가면 어느 정도 자기 영역에서 자리잡을 시기인데 이를 포기하고 판사로 임용돼 합의부 배석판사를 하려는 인재가 있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내부에서 인식하는 또다른 사법부의 위기다.
인재를 데려오지 못하면 기존에 가졌던 사법부의 위상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재판지연’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조 대법원장이 10년 만에 제3기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자리를 통해 실질적인 ‘재판지연’을 비롯한 사법부 위기를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오길 기대한다.
김선일 기획팀 기자